"업황이 워낙 나빠서..."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애플의 사상 최대 실적 바람을 타고 동반 급등했던 국내 증시의 전기전자 업종이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큰 낙폭을 보인 뒤 나오는 반등세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황이 워낙 안 좋은 탓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오전 9시30분 현재 1.24%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 중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전날 3.39% 급등하며 오랜만에 시장 최선두에 섰었다. 전날 3.17% 뛰었던 삼성전기는 1.59%의 하락세로 돌아섰고, 1.95% 올랐던 LG전자는 0.48% 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정보기술(IT) 업종의 주가가 바닥 수준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성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IT 종목의 동반 반등이 실적 개선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은 국내 IT 업종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LG전자의 경우 15만원 수준이던 목표주가가 현재 11만~12만원에 형성돼 있다. 휴대폰 부문 외에도 전통적인 캐시카우로 여겨지던 가전제품의 이익 하락이 아쉬운 상황이다. 백종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2·4분기 LG전자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8000억원, 1372억원으로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5만원을 넘던 LG디스플레이의 목표가도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부진으로 3만원대 중간쯤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목표가 하향세에 대해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전망이 현실적인 수치로 하향 조정돼 IT 종목의 거품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IT 업종이 반등하더라도 하향 조정된 목표가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승철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IT 종목의 주가가 역대 저점 수준이라는 데는 투자자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적정하다 하더라도 산업 회복을 고려할 때 기대수익률을 낮춰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원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시장수요 부진에 따라 3분기에도 IT 업종은 지난해에 비해 여전히 저조할 수 있다”며 “업황이 급격히 되살아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IT 대형주들의 본격적 상승은 내년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저평가돼 자산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종목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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