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아직 마음 있어? 잃고 나니 아깝냐? 왜 자꾸 배성현 흉을 봐?”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나 같은 놈 만나서, 맘고생을 그렇게 했는데, 또 우는 꼴 보기 싫어서!” 여자는 새 애인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그 옆에서 ‘구남친’은 소주를 원샷하면서 여자 편을 들어주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10년 넘게 사귀다가 남자의 외도로 헤어진 커플이 이럴 수 있다는 게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비가 내리다 못해 퍼붓던 지난 11일 아침, 서울의 한 껍데기집에서 진행된 tvN <로맨스가 필요해> 촬영현장. 달콤한 케이크보다 쓰디쓴 소주가 더 잘 어울리는 이 작품의 정체성이 이 곳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태프가 한 쪽에서 부지런히 고기를 굽고 있는 동안, 두 주인공 조여정(선우인영 역)과 김정훈(김성수 역)은 눈이 풀리고 혀가 꼬인 채로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연기를 맞춰보고 있다. 이 날 촬영분은 성현(최진혁) 때문에 속앓이하는 인영을 바라보는 성수의 감정이 중요한 장면이다. 김정훈은 스탠바이 직전까지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고, 현장에서 배역 이름을 부르는 이창한 감독은 그런 김정훈에게 꼼꼼하게 디렉션을 준다. “성수야, 짧은 표정 하나에도 용서 여부가 달려있는 거야. 한 번에 풀리진 않겠지만 감정을 계속 쌓아나가면 될 것 같아. 네가 사는 길은 디테일을 살리는 거야.”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촬영하는 김정훈과 달리, 조여정은 컷 소리가 나면 조막만한 얼굴에서 밝은 미소가 피어나온다. 메이크업을 수정하러 온 스타일리스트에게 애교 섞인 하이톤 목소리로 “술 주까?”라 말하고, 극 중 방귀를 잘 뀌는 인영을 위해 즉석에서 “뿡!!!”이라는 별명을 만든 김정훈에게 “히잉, 뿡이 뭐야, 뿡이!”라고 앙탈을 부리며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메인 카메라와는 별도로 아름다운 색감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 카메라가 조여정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순간, 그 앵글 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보고 싶어 죽겠어...”라고 말하는 이 여자. 과연 인영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뒤늦게 자신에게 매달리는 성수일까. 아니면 인영을 비롯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성현일까. 복잡한 삼각관계를 둘러싼 사연이 궁금하다면, 오는 26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로맨스가 필요해> 14회를 놓치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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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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