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010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적(敵)은 대기업이었다. 오바마는 개혁정책을 지속하려면 대기업들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바마는 미국경제의 근간은 중소기업이라면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적극 펴겠다고 했다.
당연히 대기업쪽에선 반발이 컸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두고 "재계를 비방하고 정부지출 확대, 세금 인상, 대규모 재정적자, 일자리 파괴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재계는 반기업적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해 여당인 민주당을 버리고 야당인 공화당을 밀었다. 오바마는 결국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2012년 재선을 노린 오바마가 요즘 다시 '경제'를 꺼내 들었다.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고 수 십여명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 대책을 논의했다. 2013년까지 100만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고용이 살아나려면 기업의 투자여건이 좋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오바마는 지난 20일에는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면서 외국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명의의 투자홍보 성명이 나온 것은 30년만의 일이다. 핵심참모도 바꿨다. 월가출신(JP모간체이스)의 윌리엄 데일리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고, 대통령 직속 고용확충 ㆍ 경쟁력강화위원장에는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모셨다. 5월 31일에는 캘리포니아 소재 전력회사인 에디슨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를 지낸 존 브라이슨을 차기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이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감세 정책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놓고 정치권과 대기업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있다. 정치권에서는 전경련 회장과 한진중공업 오너 등을 국회에 불러 앉혀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고, 대기업들은 공개석상에서 기업인들에게 호통치고 망신주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도 아니고 비즈니스프렌들리를 표방한 여당에서 오히려 더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기업들은 4 ㆍ 27 재보선에 패배한 이후 여권이 앞장서 친기업 정책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이참에 정치권,대기업, 중소기업,전문가들이 아예 공개적으로 치고박고 싸우는 것도 나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감정섞인 말싸움이 아니라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을 통해 무엇이 경제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인가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볼 일이다. 물론 정치권을 상대로 싸움을 걸어 이긴 대기업은 극히 드물고 대기업을 때려서 민심을 얻은 사례도 매우 적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재무부 장관을 지낸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을 때려서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은 자해(自害)나 다름없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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