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 금 KBS2 오후 11시 5분
<도전자>는 서바이벌의 장소가 하필이면 하와이인 것을 최초의 이민 역사까지 거론하며 시작했다. 한국인들의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열대의 섬에서 ‘생존’을 테마로 한 서바이벌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서바이벌이란 곧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싸움이다. <도전자>는 그 생존 자체가 목적이 되고, 이를 위해 미션은 기획의도에 의하면 ‘지덕체’, 정확하게는 몸과 머리,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해진다. 첫 번째 미션은 해변에 세워진 좁은 탑 위에 전원이 올라가는 것으로 체력을 시험했고 두 번째 미션은 하와이 시내에서 칵테일을 파는 것으로 협동심과 적응력을 보았다. 하지만 사실 내용부터가 부실한 미션은 도전을 위한 도전일 뿐, <도전자>의 핵심은 결국 관계, 팀으로 묶여져 상대와 대결하는 환경, 그리고 탈락자 후보를 미션 실패 팀 내에서 결정하는 룰에서 나온다.
그래서 첫 탈락자가 “열심히 한 사람을 밟고 올라가면, 내가 배우는 게 있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모든 서바이벌에는 탈락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도전자>의 탈락에는 이렇다 할 기준도 없다. 더 잘하고, 열심히 하면 견제 때문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탈락자 후보 두 명이 팀 내의 또 다른 탈락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의 마지막 룰은 그 잔인성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도전자>가 기대하는 것은 미션의 과정에서 갈등하고, 그 갈등이 극대화되어 탈락자를 고르는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차라리 온전한 야생의 상태라면 모를까,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적자생존을 부르짖으며 오직 나 홀로 살기 위해 벌이는 이 막장극을 ‘도전’이라고 부를 만 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 <도전자>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1억 원, 세계일주 항공권, 그리고 협찬 기업 취업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 사회에서 취업이라는 게 결국 모두를 떨어뜨린 뒤 나 홀로 붙어 성공하는 것이라면, 참 잘 어울리는 부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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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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