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등으로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들 어려움 많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한반도와 중국 산둥반도를 연결하는 바닷길, 지금으로부터 약 1200여년전 신라인들이 오고갔던 이 항로를 지금은 인천에서 배로 13시간, 비행기로는 두시간만에 갈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산둥반도로 향하는 훼리호에서는 밥솥, 드라이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사들고 중국으로 향하는 현대판 보따리 장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 옛날 이 바닷길을 통해 양초, 향신료, 비단, 도자기, 차, 서적 등을 실어 날랐을 신라인들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중국 산둥반도에서도 동단에 위치한 웨이하이(威海)의 시내 곳곳에서는 한국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00마트, 00전문점, 000미용실 등 한국어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간판들을 보고있자면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전 선조들이 신라방, 신라소 등 신라인촌을 건설했던 곳답게 21세기 신라의 후예들이 新신라방을 이룩해놓고 살고 있다. 실제로 산둥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도 대략 1만여개가 훌쩍 넘는다. 이중 약 1300여개가 웨이하이에 위치해있다.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만도 3만명에 달한다.
한국 기업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웨이하이 세수입의 60% 이상을 한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92년도에 한중 국교수교 이전인 90년부터 이미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물밀듯이 이뤄져 웨이하이가 중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다.
이학동 위해한인상공회 회장
이학동 위해한인상공회 회장은 "이 지역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워 진출의 역사가 길다. 거래를 할 때도 중국 내수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의 경영방식 및 문화에 대해 이미 많이 숙지가 돼 있는 상태다. 한국인에 대한 이해도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그리고 웨이하이 순으로 한국 기업 및 교민 밀집도가 높다. 웨이하이에서는 외국기업 가운데서도 한국기업이 월등히 많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가 들어와 있고, 삼성중공업, 삼진조선 등 전자 및 조선업체들도 진출해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데다 자국 업체에 대한 보호정책을 펼치면서 한국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 인건비 등 비용상승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가 주던 인센티브 등의 지원도 끊긴 상태다.
이 결과 최근 5년간 웨이하이에서만 한국기업의 수가 2000개에서 1300개로, 한국인수는 5만명에서 3만명으로 줄었다. 현지에서의 변화의 바람에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들은 눈물을 머금고 제3국으로 다시 이전하거나, 급기야 야반도주라는 비정상철수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이에 남아있는 업체들은 우선은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세미나 및 회의를 열어 자체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해안선이 아름답고 장보고, 진시황제 등의 유적지가 있는 특성을 살려 관광 및 유통 분야로의 진출도 염두해두고 있다.
이학동 회장은 "웨이하이의 중장기 전략은 공업도시가 아닌 관광·유람 도시가 되는 것이다. 2013년 롯데백화점이 이 지역에 개점하는 등 이런 차원에서 대형 유통마트가 들어오는 것은 환영이다. 웨이하이는 90년대 중후반까지 한국 물품이 들어오는 기지였는데, 이런 부분을 잘 개발하면 제2의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웨이하이 인근에는 해상왕 장보고가 당나라 때 세운 절 '적산법화원'과 장보고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2007년 4월에 건립된 장보고 기념관 등 관광명소가 많다. 무더운 날씨의 평일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장보고 기념탑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세워진 외국인 기념탑이기도 하다. 연간 60만명이 방문하는데 이중 한국인이 10만명이다.
"중국에서도 장보고는 역사적으로 다들 그의 활동 및 업적을 인정하고, 또 인지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활동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이 회장이 전하는 말이다.
중국 웨이하이=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르포]21세기 신라방 中 '웨이하이'.."제2의 부흥을 꿈꾼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62616291744803_1.jpg)
![[르포]21세기 신라방 中 '웨이하이'.."제2의 부흥을 꿈꾼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62616291744803_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