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대부터 세금 내지 않기 위해 도시국가 주변 섬을 이용해 거래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최근 국세청이 해외에 은닉된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특히 대기업들이 조세조약 미체결 국가, 소위 조세피난처에 계열사를 많이 두고 있다는 내용까지 전해지면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조세피난처의 역사는 짧지 않다. 정부에 세금을 아예 내지 않거나 최대한 조금만 내고 싶은 것은 고대 그리스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시대 무역상들은 아테네 등 도시국가에서 외국산 물품에 부과하는 2%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변 섬들을 물품 창고로 이용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무자료 거래’에 나섰던 셈이다.
현재와 같은 의미의 첫 조세 피난처는 자타공인 ‘스위스’다. 1차 세계대전 후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엄청난 전비 및 전후복구 비용으로 재정난을 겪자 세금을 급진적으로 올렸는데 당시 영세중립국으로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스위스만 세금을 올리지 않고 낮은 세율을 유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럽 부자들은 자국 세금 폭탄을 피해 스위스로 몰렸고 스위스은행들은 고객들의 인적 사항 등에 대해 ‘비밀주의’를 도입해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는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 곳도 있지만 법인의 부담세액이 사업연도 실제 발생소득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도 포함된다.
여기서 기업들의 절세와 탈세 논란이 일게 된다.
조세피난처는 세제상 우대 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어 기업 경영상 장애요인이 거의 없다. 다른 국가에서 금융정보를 요구할 때 협조도 잘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일부 기업들은 검은 돈세탁이나 자금은닉 용도로 이들 지역을 활용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세피난처는 파라다이스와 쉼터(Shelter), 리조트(Resort), 저율 세금천국(Low-Tax Haven) 등으로 구분된다.
파라다이스는 개인소득세ㆍ법인세 등 자본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 곳으로 바하마, 버뮤다군도 등이 속한다.
쉼터는 소득과 자본 등에 대한 세율이 다른 국가에 비하여 낮은 것은 아니지만, 국외 원천소득에 과세하지 않고 국내 원천소득에만 과세하는 곳을 말한다 홍콩과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이 속한다. 이들 국가는 소득이나 자본에 과세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조세조약을 맺고 있다.
리조트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소득 또는 자본에 정상적인 과세를 하지만 특정한 형태의 기업이나 사업 활동에 세제상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곳을 말한다.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는 법인소득세의 일반세율은 높지만,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직접세와 간접세를 면제하는 대신 매년 발행한 주식가액의 0.2%만을 자본세로 과세한다.
저율세금천국은 소득이나 자본에 대한 세율이 낮은 지역을 지칭하는데 특히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세혜택을 부여한다. 사이프러스ㆍ바레인ㆍ모나코ㆍ마카오 등이 이에 해당된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특성상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들 지역을 합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사업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된다"며 "특히 사업파트너가 있는 경우나 자원개발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거래기업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든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