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 컨테이너 노선 진출 '지지부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쉽지 않네…"
STX팬오션을 이끄는 이종철 STX 부회장의 요즘 심경은 아마도 이 한마디로 요약될 듯하다. 수년 전부터 추진사업으로 내세운 원양 컨테이너노선 진출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데다, 회사 매출의 80%에 육박하는 벌크선 시황의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15일 프랑스 소재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선사 30위권에 첫 진입한 STX팬오션은 1년여만에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이달 초를 기준으로 한 STX팬오션의 컨테이너 운영선단은 총 27척, 4만242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34위 규모다. 임대선(용선)을 제외한 사선기준으로는 8척, 1만2370TEU를 기록하며 41위에 그쳤다.
아시아역내 지역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노선을 운영 중인 STX팬오션은 당초 작년 이후부터 유럽항로, 북미항로 등 주요 원양노선에 진출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지며 진출 시기를 연기, 몇 년 째 군침만 흘리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야하는 회사측으로선 초기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되는 컨테이너부문보다 기존 벌크선 부문에 집중해야만 했기 때문. 공식, 비공식 석상을 통해 수차례 원양노선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온 이 부회장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선단 확보 역시 기존 벌크선에 치우쳐 진행되고 있다. 올 들어 STX팬오션이 인수한 선박은 총 5척으로 이중 벌크선이 4척, 자동차전용선이 1척이다. 컨테이너선은 전무하다. 올해 발주 예정선단 또한 벌크선 비중이 90%에 달한다.
최근 벌크선 시황이 손익분기점 이하 수준에서 몇달 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원양노선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컨테이너 선단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STX팬오션 고위관계자는 "원양 컨테이너노선 진출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는 여전하다"면서도 "다만 현 시황이 좋지 않아 네트워크 구축, 선단 확보 등에 예상보다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이 부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것은 든든한 지원군이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STX팬오션은 지난달 현대상선 자문역을 지낸 컨테이너전문가 김윤기 부사장을 영입, 영업력 강화 및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보탰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 또한 해운부문에 관해서는 이 부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며 신뢰, 지원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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