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바람 잡은 건 누군데 이제와서 남의 탓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측 관계자는 최근 기자를 만나자 답답한 심경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고경영진들이 언급을 안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채권단측이 인수를 제안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서 우리가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채권단) 관계자가 찾아와 인수 조건에 대해 설명을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채권단 관계자들이 여러 기업을 돌며 상황을 설명해주는 단순한 회의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후 증권가를 통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유가증권 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현대중공업이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내자 인수 참여 확실로 급변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제안을 받았다는 설까지 제기되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상황이 과열되자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 10일 "하이닉스 채권단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 하이닉스 인수를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과는 다르다"고 밝힌 데 이어 2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도 같은 날 "특정기업이 단독으로 하이닉스 응찰에 나서면 재입찰을 포함한 입찰 기한 연장까지 검토 하겠다"고 말하는 등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측이 밝힌 채권단의 접촉에 대해서는 매각주관사들이 인수 여력이 있는 10대 그룹을 접촉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 현대가만 특별히 만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전 흥행을 위해 이용당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의 대형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포스코가 인수 후보로 거론됐는데, 포스코는 소문이 날 때마다 큰 홍역을 치뤘다.
다만 포스코는 인수 희망기업과 아닌 기업을 확실히 구분해 밝힘으로써 소문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추가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주주를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살피기 위해 말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일 51만1000원까지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는 7일 44만4000원까지 내려 앉았다가 13일 오전 1만1000원이 오르는 등 모처럼만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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