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선풍기에 수박과 미숫가루 제공
얼음재킷·점심시간 연장 등 건강 챙기는 데 주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온도가 6000도를 넘는 용접 불꽃에 태양열에 달궈진 쇳덩어리에서 내뿜는 열기가 가득한 조선소는 대한민국 사업장중 가장 더운 장소다.
쇳덩어리로 밀폐된 배 안에서 보호복을 입고 용접을 해야 하는 조선소는 철판이 복사열을 받으면 섭씨 80도에 달하고, 오전에 이미 직원들의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뛰어 넘는다.
특히 강력한 햇살이 내려쬐는 여름은 겨울 못지않게 조선소 직원들에게는 최악의 작업조건이다. 자칫 직원들이 더위를 먹고 건강에 이상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한국도 서서히 봄과 가을이 줄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미 5월말부터 30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시작되는 등 예년보다 한 달여 가까이 혹서기가 시작됐다.
수십만~수백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근무하는 수만명의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조선소들의 움직임은 군부대의 작전과 맞먹을 정도로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이달부터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주 2회 냉채국과 수박을 별식으로 제공하며, 경남 진해에 소재한 STX조선해양도 이달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수박 총 8000통을, 매주 화, 목요일에는 미숫가루 총 18t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양사의 별식 제공은 예년에 비해 한 달여 가까이 앞당겨진 것이다.
각 사업장내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설비도 지난달부터 설치됐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달 중순부터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 130대를 사업장내에 고루 배치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작업자들이 이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생산부서 반 단위로 약 600개의 휴대용 물통을 지급했다.
더불어 조선소 곳곳에 시원한 물을 바로 마실 수 있는 정수기 330대를 설치했으며, 현장 화장실과 샤워장에도 250여대의 에어컨을 가동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역시 거제도에 소재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도 제빙기와 정수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각 조선소들은 빠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혹서기 조업을 시작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오전 11시 50분 온도를 측정해 28.5도(대우조선해양은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32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한다.
복날과 더불어 수시로 보양식을 제공하는 데 그 양이 엄청나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협력사 직원을 모두 합쳐 4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복날에 삼계탕을 내놓을 때 기본적으로 생닭이 4만마리나 되며, 인삼·대추·마늘 같은 양념도 12t이나 필요하다. 생닭을 정확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달에도 각별히 신경쓴다고 한다.
여기에 초계탕, 장어국과 같은 전통 보양식은 물론, 한방 돈 갈비찜, 삼겹살 마늘구이과 같이 체력증진에 도움이 되는 음식, 냉모밀소바, 삼선짬뽕 등 별식까지 다양한 메뉴로 여름 식단을 구성한다. 점심시간도 30분 연장해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이 이뤄지도록 한다.
현장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에어 쿨 재킷'을 지급한다. 에어 쿨 재킷은 옷에 선풍기를 달아 몸의 땀을 증발시켜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안전모 안에 붙일 수 있는 헤어밴드와 스포츠 타월을 지급한다.
각 선박 건조 현장마다 차양막을 걸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현장용 옥외 에어컨인 스팟 쿨러(Spot Cooler)를 설치해 배 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어준다. 스팟 쿨러로도 열기가 식혀지지 않는 깊숙한 작업 공간에는 7000여대의 선풍기가 보급된다.
작업장 주변을 중심으로 냉수기와 제빙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장 사무실을 중심으로 에어컨을 가동해 놓고 땀을 식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휴식시간도 평소보다 늘렸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중순부터 기온이 28.5도(대우조선해양은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32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한다.
<제공: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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