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상사의 리더십은 조직 장악력에서 나온다. 조직 장악은 지시 확인의 과정, 구성원의 충성심으로 드러난다. 쥐기만 하면 기를 못 펴고, 펴주기만 하면 오만해지는 게 인간의 심리다. 이 양면성을 알아야 부하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퇴출 이후 애플이 몰락을 거듭할 당시 2명의 외부영입 CEO는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업의 핵심인 기술 개발에 무지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조직관리에서 스티브 잡스가 영입해온 펩시콜라 출신 CEO 존 스컬리는 마케팅만 알고 기술 개발 업무를 모르는 채 지나치게 방임해 화를 초래했다. 심지어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이 경영자도 모르는 채 이루어지기까지 했다.
반면 스티브 잡스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불명예 퇴진한 길 아멜리오는 업무를 모르는 채 강력한 통제 시스템만 추진하다 반발을 초래했다. 쥐락파나 펴락파나 모두 조직 분산, 이탈에 실패한 리더십이었다는 점에선 같았다.
지시를 했으면 제대로 수행되는지 확인하라. 본인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렇다고 했으니 끝이라고 말하는 것은 리더의 책임 방기다. 괜한 트집도, 방관도 아닌 전략으로 보여주라.
강한 상사는 섣불리 부하들을 쪼지 않는다. 증거와 실력으로 압도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공을 던졌으면 부하가 몇 개를 받았고 몇 개를 흘렸는지 확인하라. 그렇지 않고 매번 넘어가는 기미가 보이면 부하들은 해이해진다.
부하들이 대충 해도 잘 넘어가고,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신의 기분 기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실히 일하는 부하가 손해 보기 때문이다. 귀신 같은 상사만이 직원을 귀신처럼 부리기도, 귀신처럼 기를 살릴 수도 있다. 부지런히 성과를 낸 부하가 손해 보지 않게 하게 하기 위해서도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은 필요하다.
조직 장악을 잘하는 리더들은 이른바 ‘스타’급 구성원들을 휘어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래 10%를 처벌해 일벌백계하기보다 위의 10%를 장악해 조직 길들이기를 하라.
한국축구를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 팀 운영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팀워크였다. 팀워크를 외치지 않는 감독은 없는 법이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에 와서 왜 팀워크란 구호가 유독 참신성을 띤 걸까? 팀워크를 위해서 스타플레이어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히딩크가 ‘명성’에만 기대려는 스타급 선수들의 선발권을 그가 100% 활용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는 당시 대표팀에서 절대적 존재였던 주장 홍명보의 완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며 전력에서 제외시키는 카드도 활용했다.
‘반지의 제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안정환에게도 규율의 예외를 두는 법이 없었다. 급기야 주장 홍명보가 전력에서 제외되자, 위기 의식은 모든 선수에게 퍼져나갔고 “이게 빈말이 아닌가 봐” 하며 영이 먹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때로는 선수 선발권, 조직에서라면 인사권 등 상사의 권한을 갖고 기강을 잡는 것이 권장보다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겁’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보톡스처럼 조직을 긴장시킨다. 보톡스가 독으로 만들었지만 주름을 펴게 하는 약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명심할 것은 위협은 ‘독약’과 같아서 아무 때나 함부로 자주 사용해선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비상시, 그리고 부하의 심리와 현장을 100% 파악하고 장악해 악 소리 못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상사만이 위협전략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너희들이 무슨 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고 있다’는 것을 단지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압도하라.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총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삼호주얼리호의 선장 이야기다. 그가 다른 배를 몰다가 주얼리호의 신임 선장으로 이 배의 선원들과 처음 같이 일하게 되었다. 시쳇말로 텃세 탓이었는지 선원 몇 명이 말썽을 피웠다. 석 선장은 직원 세 명을 바로 하선 조치한 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희들의 과거 선장과는 다르다.
너희들이 배에서 알고 있는 것을 나는 다 안다. 너희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내게 물어봐라. 배 위에서는 규율이 필요하다.” 지시를 한 후 긍정적이든 보상적이든 검증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상사의 의무다. 자신의 지시대로 실행하지 않는데도 부정적 피드백을 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부하들은 그것을 수용의 증거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전문적 권력 활용의 대표주자는 청나라 옹정제가 꼽힌다. 음모와 반역의 시대에 그가 황제라는 권한 외에 부하들을 꼼짝 못하게 한 역량은 바로 전문역량이었다. 그는 이른바 주비라고 해, 신하들의 상소문에 일일이 붉은 글씨로 검토 비평을 써 붙였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쉬지 않고 읽고 검토를 해 신하들의 중복된 상소문, 오자, 탈자 등을 밝혀내 호된 질책을 했다. 당연히 신하들은 바짝 긴장하고 모반과 음모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한나라 유방이 명장 장이와 한신을 압도하기 위해 물증을 확보하고자 한 함정극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는 이름만 제후인 자신을 비웃게 될까 두려워지자 밤에 두 장군의 군영으로 몰래 잠입해 군대를 동원할 때 쓰는 부절을 갖고 나왔다. 그러고선 두 장군을 소집해 호통을 쳤다.“군대를 다스리는데 부족하구나.
도장과 부절이 없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자다가 적의 기습이라도 받으면 위험하지 않겠느냐.” 한신과 장이는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급작스러운 습격은 유방의 위엄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구실을 찾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던 것이다.
함정극이란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기강 확립과 업무 이행 파악을 통해 부하를 쥐락펴락하는 것이 조직 장악력의 유효한 방법이란 것은 오늘날에도 부인할 수 없다. 상사의 권한, 함부로 남용하지는 말되 필요할 때는 악 소리 나게 활용하라.
김성회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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