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착한 상사, 아니 착한 상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가 있다. 이른바 선무당코칭과 희망고문이다. 선무당 상사는 어설픈 코칭, 희망고문 상사는 어설픈 희망으로 부하의 진을 뺀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통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불완전한 지식은 사람이나 물건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요즘 코칭 교육이 많아지면서 선무당 상사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피해자들은 애꿎은 부하들이다.
상사의 풋과일 리더십의 떫고 신 맛을 삼켜야 하는 마루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부하를 육성하며 리더십을 계발하는 것은 좋다.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을 모색해 동기를 부여하자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삭히고 새기고 조직과 구성원에 맞게 조율하는 과정 없이 본인도 어설픈 상태에서 부하를 마루타로 삼아 실험하지 말라.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는 Y씨는 자신의 팀장 L씨라면 말만 꺼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L팀장이 코칭교육을 들은 후 코칭을 한답시고 절대로 자신이 지시하고자 하는 안을 신속정확하게 부하에게 먼저 전달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Y씨는 자신의 팀장과 미팅을 하고 나면 머리에 쥐가 나고 온몸에 진이 빠진다. 또 실무자의 재량에 맡긴다고 해놓고서 실제로 자신의 정답에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결국은 번복해 수습하느라 일을 이중삼중으로 꼬이게 만들기 일쑤다. 한마디로 설거지거리가 더 많아진다는 불평이다.
분명한 결론이 정해져 있어 재론의 여지가 없다면 차라리 지시를 하라. 부하에게 퀴즈의 정답을 맞히라며 게임을 강요하지 말라. 당신이 코칭을 한답시고 지루한 밀고 당기기 게임을 할 때마다 부하는 마음속으로 “주여 저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라며 주기도문을 외울지 모른다.
모 골프장의 오너가 있었다. 그는 골프를 치다가 골프장 저쪽에 소나무 2그루를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경영자 리더십 과정에서 코칭교육을 들은 가락이 있던 그는 소나무 2그루를 심었으면 좋겠다고, 실무책임자를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저기 7홀 고개 너머가 허전한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부하가 적어도 자신의 영역 안에선 스스로 자율적 사고를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자, 일선의 부하 존중, 여기까지는 좋았다. 여기에서부터 코칭과 고문이 갈리기 시작한다. 상사의 소나무 2그루 아이디어 본심이 부하의 ‘현장 아이디어’에 의해 즉각 스파크를 튀기며 이심전심 맞아떨어지면 이상적이다.
상사는 위임해서 좋고, 부하는 신임 받아서 좋다. 문제는 “빙고” 정답이 안 나왔을 때다. “소나무 2그루를 심어야겠습니다”라고 상사에 대한 관심술(觀心術)을 가지고 맞힐 때까지 지루하게 이야기를 핑퐁 튀겨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상사의 본심을 맞추기 위해 부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게 되고 골머리를 싸매야 하기 때문이다. 정답 빙고식의 어설픈 코칭은 부하의 기를 살리기는커녕 기를 죽게 한다.
코칭해야 할 것과 지시해야 할 것을 구분하라. 목표가 안건인지, 방법이 문제인지 논제를 분명히 하라.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면 새삼스럽게 목적지 문제를 토론에 부칠 필요는 없다. 스무고개 코칭게임으로 부하의 진을 뽑지 말라. 핵심을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하기보다 기대와 요구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말하라. 정답을 정해 놓은 채 보물찾기를 해보라며 빙빙 돌리기 코칭을 당할 때 부하는 똥개 훈련을 받는 듯해, 심지어 조롱을 당했다는 기분조차 들기 쉽다. 풀이 과정을 요구할망정 정답을 요구하지 말라.
착한 상사가 되고자 하며 많은 상사가 범하는 실수는 위의 선무당 상사와 함께 결단을 미루며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다. 좋은 상사는 결단력 있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능하다. 예전 전통사회에 망나니가 목을 벨 때 사형수의 가족들은 목을 슬근슬근 베지 말고 차라리 단칼에 쳐달라고 급행료를 줬다. 그만큼 슬근슬근 톱질은 상대의 고통을 증가시킨다는 이야기다.
나쁜 상사 못지않게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상사는 뒷감당 못할 해결사를 자임해 ‘결정의 본질’을 흐리는 오리무중의 희망고문 상사다. 코칭의 핵심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것이지, 상사가 전지전능 해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 범위 이상을 약속하는 선무당 상사들은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정해진 결론을 번복할 가능성, 차후 논의” 등의 막연한 해결책을 분위기에 휘말려 제시해 부하들에게 그릇된 희망을 갖게 하고 뒷감당 못해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결국 적정한 결단과 전달의 시기를 놓쳐 조직, 부하 모두에게 비효율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조직에서 본인에 대한 평점까지 떨어지니 3중의 문제점을 초래한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조직의 결정은 무엇인지, 지금 부하에게 요구되고 수행해야 할 것인지 부하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설명하라. 코칭의 본령은 상사 부하 모두 길을 잃고 미로를 헤매는 것이 아니다.
K부장은 상사를 ‘눈 같은 상사’와 ‘비 같은 상사’로 구분을 했다. 눈 같은 상사는 당장은 깨끗한 것 같지만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리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눈 녹은 후 질척거리는 길처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반면에 비 같은 상사는 당장은 불만스럽고 불편하지만, 해결책을 모색하게 해준다. 부하 코칭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지, 문제를 덮어두고 결정을 연기하란 것은 아니다. 변화와 동기부여 없는 코칭은 단팥 없는 찐빵이다. 어물쩡 선무당 상사가 되지 말라.
선무당 상사가 돼 스무고개 질문고문으로 문제를 덮으며 진을 빼지 말라. 무엇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실낱같은 낙관에 매달리는 잔인한 미래희망 고문을 하지 말라. 해결책은 간단하고 명료한데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느라 괜히 시간만 질질 끌지 말라. 진단과 처방을 함께 주라.
김성회 칼럼니스트는…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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