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고 김기영 감독(1919~1998)의 데뷔작 '죽엄의 상자'(1955)가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 이하 영상자료원)에 의해 발굴, 수집되어 일반에 공개된다. 김기영은 임상수 연출, 전도연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영화 ‘하녀’의 오리지널 영화를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며, ‘하녀’ ‘화녀’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등 작품성 있는 아트하우스 컬트 영화로 1960~8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했던 감독이다.
'죽엄의 상자'는 미국공보원(USIS) 산하 영화제작소 '리버티 프로덕션'에서 첫 번째로 제작한 장편 극영화로, 개봉 당시 한국 최초로 미첼 카메라로 동시 녹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상자료원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죽엄의 상자' 등 김기영 감독 연출작 세 편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 5월 12일 NARA와의 협의를 거쳐 35mm 프린트 복사 수집을 완료했다. 이번에 발굴된 '죽엄의 상자'는 사운드가 유실된 상태이나 신상옥, 유현목, 김수용, 이만희 등 1950~60년대 초반에 등장한 주요 감독들의 데뷔작이 모두 유실된 상태에서 남은 유일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영상자료원은 그밖에도 미국 콜럼비아 대학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통해 1950년대에 미공보문화원(USIS)이 제작한 김기영 감독의 문화영화 3편('나는 트럭이다'(1954), '수병의 일기'(50년대 추정), '사랑의 병실'(50년대 추정))을 발굴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 영화들은 현재 진행 중인 시네마테크KOFA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기획전을 통해 최초로 일반에 무료로 공개된다. 자세한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홈페이지(www.koreafilm.or.kr/cinema)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 02-3153-2076~77)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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