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제통화기금(IMF)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사진)가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직원에게 성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칸 총재가 현재 이끌고 있는 IMF는 물론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야당의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만큼 유럽 정치·경제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경찰은 이날 칸 총재를 JFK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호텔 객실 청소원으로 일하는 32세 여성이 칸 총재가 머물던 방에 들어갔다 옷을 입지 않은 총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진술했다"며 체포이유를 발표했다.
이 직원은 가까스로 탈출해 다른 직원에게 알렸고 곧바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칸 총재는 호텔을 떠난 후였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일부 소지품을 남기고 나선 걸로 봐 서둘러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륙 직전에 칸 총재를 체포했다. 칸 총재는 성폭행 미수와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경찰측은 전했다.
이번 성추행 파문으로 칸 총재가 그간 IMF를 이끌면서 쌓은 업적도 빛이 바랬다. 지난 2007년부터 IMF를 이끈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IMF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일부 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도 구제금융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지난 2008년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가 다시 부각됐으며 일부 언론은 몇번의 결혼경력이 있는 칸 총재가 '여성편력'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지 한 통신은 "그리스 채무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로존 지도자들과 회동을 앞두고 사건이 발생해 유로존 금융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다양한 사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칸 총재 명성에 큰 흠집을 낼 것"이라고 평했다.
당장 내년 4월께 예정된 프랑스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최근 프랑스 내 한 여론조사에선 내년 대선에 칸 총재가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니콜라스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정권탈환을 노리는 사회당의 경우 칸 총재를 내세우는 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