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김영식 기자]그리스의 채무재조정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잠잠했던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내년 그리스가 채무재조정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존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와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EU)·IMF가 이 문제를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채무재조정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채무재조정은 부채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부채가 불안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추가로 다른 방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채무재조정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6월 그리스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보고서가 나올 것이며 이 결과에 따라 그리스가 부담을 덜기 위해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는 유로존 각국 정부들은 내년 그리스가 국채발행에 따른 채무상환을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리스 정부의 재정부채가 3400억 유로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채무재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그리스 부채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거나 부채 규모 삭감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같은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민간부문 투자자들은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를 만기기간이 연장된 새 국채로 교환을 제안받을 것이며 사실상 투자금을 당장 상환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으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14bp오른 13.06%를 기록했다.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분트)와의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는 981bp로 확대되며 유로존 출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그리스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장대비 7bp 상승한 1068bp로 확대됐다.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포르투갈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bp 상승한 8.84%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8bp 상승한 5.31%로 올랐다.
피터 채트웰 크레디트아그리꼴 스트래티지스트는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이 그리스 채무재조정 문제를 다시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면서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 사이에 추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으로 시장이 동요할 것이며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동요하자 EU와 IMF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15일부터 3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현 수준에서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S&P의 모리츠 크래머 유럽 채권평가그룹 대표는 “잠재적 상각 위기에 처한 부채 규모가 전체의 70%에 달하지만 아직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 ‘BB’ 국가의 디폴트 확률을 역사적으로 살펴 볼 때 그리스가 채무재조정을 피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면서 “BB등급으로 분류된 후 10년 내 디폴트에 처한 국가는 전체의 25% 가량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지난해 5월 설정된 EFSF는 유로존 회원국 출연금과 보증을 토대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최대 4400억 유로의 우량 채권을 발행해 재정위기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트리플 A)을 유지하고, 낮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조달 자금 중 일부를 예치해야 하기에 실질적 자금동원력은 2500억유로 정도에 불과해 기금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공수민 기자 hyunhj@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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