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MBC <위대한 탄생>의 TOP4는 ‘내 생애 최고의 노래’라는 미션을 받았다. <위대한 탄생>에는 <슈퍼스타K>처럼 올라갈수록 작사를 맡거나 혹은 다른 프로 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 아니면 시청자의 지정곡을 부르는 미션처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이 생방송 무대들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하는 식의 미션 기획이 없었다. ‘내 생애 최고의 노래’라는 미션 주제 또한 지금까지 남다른 무대를 보여준 적이 없는 <위대한 탄생>이 선택하기에는 너무 느슨하고, 여유로운 것이다. 이 미션 주제 자체가 긴장감을 높이고 이제는 떨어진 사람들과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찬사를 얻어낼 만한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쇼가 끝나고 난 뒤 멘티들의 미래에 남는 것은 실력과 그 실력에 대한, 휘발될 것이 분명한 시청자들의 기억 뿐이다. 그 찰나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무대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이 소중한 기회를 마친 TOP4의 무대를 짚어본다.
신승훈 멘티 편
셰인 : 이선희 - ‘나 항상 그대를’
<위대한 탄생>의 멘티들은 왜 자꾸 ‘나는 가수다’에 나온 곡을 선곡하는 걸까. 이 곡은 사실 멜로디도, 리듬도 80년대 대학가요제 같은 색채가 지나치게 강렬해서 2011년 현재 시점에서는 윤도현마저도 특유의 퍼포먼스와 록의 강렬함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던 곡이다. 이선희 같은 우렁찬 보컬이 아니라면 누가 불러도 정면 돌파할 수 없는 곡인데 셰인은 이선희의 성량이 없는데도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다. 그 결과 셰인의 무대는 많이 아쉬운 것이었다. 멘토들이 셰인에게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아마 음색 같은 선천적인 부분보다 가성과 진성 사이에서 미묘하게 맴돌고 있었던 보컬에 힘을 주고 부르려 한 점을 높이 산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 결과 발음은 다시 초기의 어색함으로 돌아갔고, 곡 특유의 리듬을 적절하게 이끌지 못했으며, 결국 목에도 무리가 가서 음이탈이 되고야 말았다. 이은미의 심사평과는 다르게 이 무대를 본 시청자들이 딱히 큰 감동을 느꼈을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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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멘티 편
이태권 : 김광석 - ‘사랑했지만’
이태권이 노래를 잘하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다. 멘토들의 심사평처럼 이 노래의 감성도 어느 정도 잘 전달해냈다. 김광석처럼 신산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풋풋한 소년 같은 느낌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랑했지만’은 이태권이 선곡을 많이 탄다는 단점 또한 노출했다. 이태권의 성가대 같은 발성은 선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노래할 땐 귓가에서 은은하게 맴돌지만, 좀 더 복잡한 감정을 청중의 귀와 가슴에 꽂아 넣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표현력이 단조롭다고 평가하는 것도 틀리진 않겠지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 자체의 가짓수가 적다는 쪽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더 많은 인생 경험과 함께 창법과 목소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위대한 탄생>의 충분치 못한 화제성이 그만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이태권이 정말 가수로 데뷔한다면 아마 앨범을 총괄할 프로듀서는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는 곡의 성격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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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영 : 강산에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She's gone' 이후로 손진영은 정말 크게 발전했다. 올드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손진영 같은 쾌남형의 보컬에게는 이 노래처럼 디테일을 살리기보다는 거칠더라도 시원스럽게 부르는 것이 중요한 노래의 선곡이 잘 어울렸다. 중저음의 음정을 거의 잡지 못한다는 손진영의 단점은 가려지고, 누차 지적받은 비장미라는 이미지를 극복한 것처럼 보여 노래를 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언제나 노래에 진정성을 담는 것만큼은 탁월한 손진영의 특징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한마디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선곡이었고, 이 노래에선 크개 지적할만큼 눈에 띄는 단점도 없었다. 손진영은 훌륭했다. 그러나 손진영이 TOP12에 오른 실력 자체를 의심받았을 때에 비해서 많이 발전하고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손진영이 이 쇼 밖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면 안타까움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음정, 창법, 호흡, 리듬감 모든 면에서 고쳐야 할게 많다. 거리에서 기타 한 대와 앰프 한대를 두고 공연하면서 인생과 음악을 즐기는 뮤지션보다 더 위에 손진영의 꿈이 있다면 손진영이 갈 길은 너무나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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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청강 : H.O.T. - ‘We are the future’
이 미션의 주제는 ’내 생애 최고의 노래‘였다.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백청강의 선곡에 공감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즉 미션 주제 자체가 멘티의 잠재력을 모두 쥐어짜낼만큼 정밀하지 못했다. 백청강이 늘 안정권이었다는 점도 이 여유로운 선곡의 이유일 것이다. 인생에서 가수의 꿈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것 같은 지금 백청강은 좀 냉정하지 못한게 아닐까. 노래를 이만큼이나 희생하면서까지 자신만의 느낌이 살아 있는 춤도 아닌 남의 춤을 따라 춘 이 무대는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팬서비스에 가까웠다. 이은미의 심사평이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은미의 심사평 중 쇼가 끝난 이후의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는 대목만큼은 백청강도, 그 팬들도 고민해봐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백청강 정도로 남의 춤을 똑같이 따라 추면서 어느 정도 노래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은 이미 기획사에서 준비 중인 연습생 중에도 많다.
백청강의 매력은 이렇게 춤도 출 줄 알고 노래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중 유달리 김지수나 장재인의 데뷔가 주목받고 있는 건 기존의 기획사에서 준비 중인 연습생들의 정형화된 무대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는데 있다. 백청강이 쇼가 끝나고 난 뒤에도 살아 남으려면 아이돌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과 함께 할 때 이태권과 손진영을 제치고 가장 빛이 난 것이 백청강이었다는 것은 백청강이 이 쇼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길을 고민할 때 가장 고려해봐야 할 장면일 것이다. 쇼는 곧 끝난다.
사진 제공. MBC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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