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은 산간오지마을이다. 서울 수도권에서 생각할 때는 더욱 그렇다. 도시에서 아주 먼 하늘 아래 첫 동네 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영월도 있다.
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을 나서면 두 갈래 길이 되는데 왼쪽으로 가면 원주시내 혹은 충북 제천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은 영월 주천 방향이다. 주천은 소고기를 파는 다하누촌으로 많이 알려졌다.
주천 방향으로 길을 잡고 조금만 더 가면 황둔찐빵마을이 나온다. 안흥찐빵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맛은 안흥에 뒤지지 않고 찐빵의 종류도 많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황둔찐빵마을에서 직진을 하면 주천이 되고 좌측으로 길을 잡으면 영월군 수주면이 된다. 횡성군 둔내와 안흥을 거쳐 온 주천강이 주천 땅을 들기 전 거쳐 가는 곳으로 산이 높고 물길이 험하다.
이곳 산동네에 띄엄띄엄 흩어져 살던 화전민들은 자신의 땅을 버리고 도시로 떠난 지 오래됐다. 그들이 떠나고 텅 비어있던 산동네는 지금 도시민들의 전원주택과 주말주택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게 들어오는 도시민들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마을들도 많다. 이곳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무릉리, 도원리 등 '무릉도원'이 다 모여 있고 구름 속의 학이 사는 운학(雲鶴)리도 있다.
황둔에서 수주로 들어서면서 만나는 절벽은 장군바위다.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 아래로 강이 흐른다. 바로 주천강 상류인 사마니강이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 수주면 도원리가 되고 좀 더 내려가면 무릉리다. 강변 따라 가는 길은 절경이다. 특히 봄꽃 필 때나 단풍철에 인적 드문 한적함까지 더해져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길을 따라 평지를 찾기 힘들어 집도 띄엄띄엄 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좌측으로 엄둔계곡이 있다. 입구는 좁지만 들어가면 아주 긴 계곡이 펼쳐진다. 끝까지 이르면 확 트인 마을이 나온다. 입구는 좁고 그 안쪽은 펼쳐졌으니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병란이 들지 않는 가히 십승지다. 입구에는 펜션과 별장들이 많고 안쪽으로 하나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엄둔계곡 앞을 지나면 물길도 넓어지고 그 주변으로 큰 마을이 나타난다. 서마니강이 도원(桃源)마을을 돌아 흐르기 때문에 '도는내'라 불리다 되내로 변한 후 다시 도천(桃川)이 되었다는 마을이다. 100가구 이상이 모여 사는 큰 마을인데 수주면소재지다.
도원리에서 강변을 따라 돌아가면 수주면 무릉리가 된다. 강을 따라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아름다운데 신선들이 놀던 장소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강변을 따라 펜션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바위 위에는 요선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조선 숙종ㆍ영조ㆍ정조가 편액, 하사한 어제시(임금이 지은 시)를 봉안하기 위해 1913년에 지었다. 요선정이란 이름은 조선 중기의 선비 봉래 양사언이 이곳 경치에 반해 선녀탕 바위에 '요선암(邀仙岩)'이란 글자를 새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만큼 강변 풍경이 아름답다.
그 안쪽은 법흥리다. 법흥사란 큰 절이 있어 생긴 지명이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흥녕사란 절을 세운 후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이후 번창하던 절은 화재로 소실돼 근 천년을 명맥만 유지해 오다 1902년에 중건해 법흥사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 5대 적멸보궁에 속하는 법흥사 적멸보궁,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부도, 당나라에서 사리를 넣어 사자 등에 싣고 왔다는 석분 외에도 많은 문화재들이 있고 징효대사탑비는 보물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금강 소나무 숲이 울창해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가 서식하는 등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법흥사 뒤를 받쳐주는 산이 사자산이다. 앞쪽에서 보면 사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산 아래에 법흥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절 앞으로 법흥계곡이 흐른다. 계곡은 무릉리 요선정 앞에서 주천강을 만나 영월로 흘러가게 되는데 무릉리에서 법흥사에 이르는 계곡을 따라 펜션들이 밀집돼 있다. 전원생활을 위해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지은 펜션이다. 최근에는 강변의 송림을 이용한 오토캠핑장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국내에서 오토캠핑지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 황둔에서 강 상류 쪽으로 계속 직진해가면 두산리, 운학리가 된다. 강을 따라 펼쳐진 산마을이지만 비교적 완만한 산들도 있어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전원주택과 주말주택이 들어서 있다. 가장 안쪽인 운학리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비포장이었다. 비포장일 때도 많은 도시사람들이 전원생활을 위해 모여들었는데 포장 이후 환경은 더욱 좋아졌다.
횡성 강림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터널이 생기면서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에서도 가까워졌다. 유일한 통로였던 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에서 황둔을 거쳐서 들어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야 만날 수 있었던 영월의 오지마을 수주가 지금은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도시민들의 전원생활로 인한 산촌마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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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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