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오지를 꼽는다면 강원도 인제만한 곳도 없다. 경치 좋기로 따진다면 또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 인제다. 동쪽으로는 설악산을 끼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오대산과 인접했다. 기린면 방동리에는 방태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점봉산과 상남면 미산리의 개인산도 인제의 명산이다.
이런 지리적인 여건으로 이름 난 계곡도 많다. 인제읍 귀둔리에 있는 필례계곡은 약수로 유명하고 인제에서 설악산 관통해 속초 양양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용대리에는 백담계곡, 수렴동계곡이 유명하다. 인제에서도 오지에 드는 방태산 자락인 기린면 방동리에 있는 방태산계곡, 진동리에는 진동계곡과 강선계곡,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미산계곡 등은 모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유명계곡이다.
여기에 소양강의 상류인 내린천이 기린면에서 인제읍으로 흘러든다. 양구를 지나 서화방면에서는 인북천이, 설악산 아랫마을인 용대리에서는 북천과 인제에서 합쳐져 소양호가 된다.
인제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 중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약수다. 상남면 미산리 에는 개인산 약수터가 있다. 개인산약수터는 여느 약수터와 달리 해발 1080m의 남한 최고의 고지대에 위치해 오염되지 않은 차고, 순수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설악산의 끝자락인 인제읍 귀둔리 필례계곡에는 필례약수가 있다.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은 약수는 약한 탄산수로 철분이 있어 맛이 비리다. 기린면 방동리에는 방동약수가 있다. 자연보호중앙협의회에서 '한국의 명수'로 지정할 만큼 물맛이 좋다. 탄산성분이 많아 설탕만 넣으면 사이다 맛이다. 남면 남전리 국도변 양지바른 기슭에는 남전약수가 있다. 이 약수는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약수를 복용하고 배탈이 나았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산과 계곡 거기에 곳곳에 자리잡은 약수가 있어 도시민들의 전원생활 터전으로 인기가 높다. 서울서 멀게는 승용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먼 지역의 산기슭과 계곡주변으로도 많은 도시사람들이 들어와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양양을 잇는 고속도로가 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 앞으로 수도권과 더욱 가까워 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 인제를 잇는 주도로는 양평과 홍천을 거쳐 인제로 오는 6번과 44번 국도다. 이 길은 설악산을 넘어 동해안으로 간다. 서울서 설악산을 찾거나 동해안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홍천을 거쳐 인제에 도착한 44번 국도는 인제읍을 벗어나면서 31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우회전을 하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선경을 자아내는 물길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으로 꼽히는 내린천이다. 인제읍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현리를 거쳐 상남리를 잇는 52㎞의 물줄기다. 래프팅의 명소로 유명해 최근 주변에 펜션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끈 것은 오래 됐다.
내린천의 참모습을 보려면 상남에서 미산분교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 더 들어가야 한다. 상남에서 미산분교까지는 약 7㎞, 미산분교에서 미산리 버스 종점까지는 약 2㎞ 정도 걸리는 이곳이 내린천 최상류다.
내린천은 하류 쪽으로 흐르며 많은 절경들을 만나게 되는데 대표적인 곳이 기린면 방동리의 방태산 주변이다.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의 대표산이다. 특히 조경동(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대록, 골안골 등 골짜기 풍광이 뛰어난 마을들이 많다.
방태산에는 오랜 세월동안 비경을 숨겨둔 3둔4가리가 있다. 둔이란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 살만한 평퍼짐한 땅을 말하고 가리란 계곡 안에 농사짓고 살 만한 땅을 말한다. 정감록에서 방태산 기슭에서 난을 피해 살만한 터를 이른다. 3둔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살둔, 달둔, 월둔을, 4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홍천군 내면의 명지가리(명개리)를 말한다. 사방이 험한 산으로 둘러 싸였고 물과 땅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에 난을 피해 살만하다.
기린면 진동리에 있는 진동계곡은 진동1리 추대에서 설피밭에 이르는 장장 20㎞의 계곡이다. 방동약수를 지나 적가리골, 쇠나드리, 설피마을,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백두대간에 걸터앉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적가리는 산속에 펼쳐진 들판이며 쇠나드리는 바람이 거세 황소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단풍과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백두대간 정상 마을의 너른 들판이다.
설피마을은 진동2리의 다른 이름이다. 마을의 거의 모든 가구가 설피(눈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신발)를 마련해 놓고 겨울을 지내야 할 정도로 겨울 적설량이 상당히 많고 폭설이 잦아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진동리에서 곰배령을 넘어가는 길목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로도 생겨나고 속속 포장되면서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펜션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백두대간 곰배령을 뚫고 터널이 생기면서 동해안인 양양까지도 쉽게 갈 수 있다. 서울에서 홍천까지 연결된 고속도로가 양양으로 가는 길목이 바로 이들 지역이다. 서울-양양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이들 오지 마을들은 한층 더 전원생활지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린천을 따라 좀 더 하류로 내려오면서 하추리, 고사리 등으로도 내린천변을 따라 펜션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래프팅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좀 더 내려와 인제읍 초입까지 오면 합강리가 된다. 기린면에서 내려온 내린천과 양구에서 시작해 서화면을 거쳐 내려오는 서화천, 설악산 기슭인 용대리에서 내려온 북천이 합류하기 때문에 합강리란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는 합강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인제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조선시대 숙종 2년에 금부도사를 역임한 바 있는 현감 이세억이 세운 정자다.
합강정 부근에는 2002년에 번지점프장과 합강정휴게소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합강정 정자에서는 내린천과 서화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인제읍 합강리에서 뗏목을 타고 한강까지 갔다. 소양강, 북한강, 한강 본류를 따라 서울의 노량진까지 내려오면서 부른 '합강리 뗏목아리랑'이 전해진다. 지금은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 소양호가 자리잡고 있다. 주변으로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합강리에서 동쪽으로 설악산으로 드는 길목은 북천이다. 백담계곡이 있다. 이곳 용대리 주변으로 설악산 계곡을 따라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땅값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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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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