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난주 증시는 초반 조정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고 새 역사를 썼다. 종가기준 2200선에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단기고점으로 인식되던 2200선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생각보다 좋은 미국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호전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발표된 인텔의 깜짝 실적은 그간 소외됐던 IT주까지 주도주 군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웠다. 이것이 20일 신고가 돌파의 힘이 됐다.
IT가 힘을 내면서 주춤하는 듯 보였던 자동차·화학은 다음날 보란 듯이 다시 시세를 냈다. 장중 기준 2200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실적을 앞세워 고점부담을 아랑곳 않고 시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다수의견은 자동차와 화학 중심의 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적발표가 임박한 1분기뿐 아니라 2분기 예상실적도 좋게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화학에 몰렸던 매수세가 IT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IT 비중을 높이기 위한 자금은 다른 소외주, 즉 통신·금융주의 비중축소를 통해 조달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기존 주도주가 지금도 낫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주 IT주의 상승에서 보듯이 소외주 중에서 깜짝 시세를 줄 종목들을 주목했다. 이현주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보여준 IT주의 상승은 소외업종 가운데 2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업종으로 시장의 관심이 일부 이전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IT업종은 인텔과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최근 기업들의 하드웨어 투자와 소비자들의 IT 수요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2분기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밖에도 음식료, 지주회사, 유통, 미디어 업종이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턴어라운드와 함께 지속적인 영업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 들어 랠리의 가장 큰 힘을 제공하는 대외변수인 미국쪽 상황도 좋다. 최근 미국 실물 경기 회복세는 양호하다. 3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8% 증가했고, 경기선행지수도 0.4% 상승해 미국의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은 주로 수주-출하 시간 지연, 건축허가 증가 덕분이었다"며 "이는 미국 제조업 경기 회복이 이어질 가능성과 주택시장이 점차 회복될 가능성을 예고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초까지 빠르게 감소했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지난 2주 동안 40만건을 다시 웃돌아 부진했지만 큰 흐름에서는 고용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시중은행들이 실물경기회복에도 금융위기 때 보였던 보수적인 운용 태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4월 중순 현재 1조 4744억 달러까지 늘어난 초과 지급준비금은 미국 은행들이 금융시장 여건을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갑자기 늘었던 초과 지급준비금은 2010년 중 줄기 시작해 미국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2010년 말에는 9662억 달러까지 축소됐었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2월초와 비교해 대출자산은 446억달러 감소한 반면, 현금자산은 514억 달러 늘었다. 예대율은 83.5%로 1993년 이후로 최저치로 떨어져 있다. 은행 총 자산 중 현금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상화되고 있었던 운용 방식은 중동 사태를 계기로 반전됐고, 최근 S&P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통해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막대한 정부부채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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