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폴 존슨(56)이 최근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와 가진 회견에서 지난해 통과한 금융규제안인 이른바 ‘도드-프랭크법’은 실패작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도드-프랭크법이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물을 끼얹어 미국 시장 전체가 부동산 시장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그는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돈 찍어내는 기계”라며 “달러를 찍으면 찍을수록 금 값은 더 오를 것”이니 금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폴슨은 일본 대지진 사태가 경제 회복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부터 거론했다. 그는 “일본의 이번 위기가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다. 이번 재난으로 일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이라는 게 폴슨의 생각이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1?4분기 급락하겠지만 재건사업으로 내년 회복하게 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애초 예상치인 4.5%에서 4%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폴슨은 미국의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해 “지지부진한 주택시장이 문제”라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모호하기 그지없는 규제로 은행권의 발목이 잡히고 민간부문은 얼어붙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도드-프랭크법 탄생 이후 은행들은 실질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폴슨은 “따라서 올해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란 매우 어려울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은행이 대출 보따리를 다시 풀면 2012~2013년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드-프랭크법 통과 이전 폴슨은 올해 주택 가격이 8~10%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폴슨이 도드-프랭크법을 실패작으로 보는 것은 거듭된 숙고 아래 탄생한 금융시장 규제법이 아니라 감정적 반응에서 비롯된 졸작이라는 점에서다.
상호 모순적인 조항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당국은 은행을 윽박지르며 명령하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들의 지나친 대출 및 고(高) 리스크 자산 탓에 발생한 게 바로 지난 금융위기였다”며 “해법은 은행에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일이 명령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손실에 대비해 자본력을 확충하고 리스크 적은 자산을 보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폴슨은 “유용하지만 인플레이션 유발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며 “이런 통화확대 정책은 돈을 찍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3차 양적 완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설적인 것은 폴슨이 이런 인플레 압력을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곧 바로 금 얘기로 들어간 폴슨은 “지금처럼 불환지폐(不換紙幣)를 근간으로 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금을 보유하는 게 더 안전하다”며 “금이 있어야 지폐의 가치하락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고 투자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를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금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폴슨은 향후 3~5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며 따라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폴슨은 미 연방정부 부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방정부 부채가 지금은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GDP의 65% 수준이지만 주?지방 정부 부채까지 더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 수준인 GDP의 100%에 육박하게 된다.
미 연방정부에 무제한 대출권이 주어지지 않는 한 조만간 부채 문제가 불거지게 되리라는 게 폴슨의 판단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폴슨은 39위로 이름을 올렸다. 폴슨이 세계 제3의 헤지펀드 업체인 폴슨 앤 코를 운용하면서 만지는 돈만 360억 달러(약39조2400억 원)에 이른다. 명문 하버드 대학 출신인 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베팅해 축재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돈을 걸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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