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개미들이 주식투자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 그러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내로라하는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어디에 투자했는지 보고 따라 하는 것이다.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23일(현지시간) 시장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대주주 투자 내역 공개 서류인 ‘13F’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들’인 워런 버핏(81), 존 폴슨(56), 스티브 코언(56), 데이비드 테퍼(54), 칼 아이칸(76), 조지 소로스(81), 제임스 사이먼스(73)는 분기마다 소유 주식을 사고 판다.
SEC의 13F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이들 억만장자가 가장 눈독 들인 부문이 금융이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시티그룹에 표적을 맞췄다.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 아벤티스의 젠자임 인수설이 나도는 가운데 젠자임에 투자한 억만장자도 있다.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폴슨의 헤지펀드는 부동산 거품 낙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보유 지분을 각각 500만 주와 1390만 주 처분했다.
반면 테퍼가 이끄는 애펄루사 매니지먼트는 300만 주를 더 사들여 2500만 주로 쌓았다. 지난 22일 현재 가치로 3억3500만 달러(약 3800억 원)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웰스 파고에 대해서는 버핏·폴슨·테퍼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버핏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해 웰스 파고 주식을 620만 주(현재 가치 2억400만 달러)나 더 사들였다.
의약 부문에서 몇몇 억만장자가 젠자임에 투자했다. 이달 중순 젠자임이 사노피 아벤티스의 인수 제의를 받아들인 뒤 젠자임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코언의 SAC 캐피털은 160만 주를 더 사들여 젠자임 보유 주식이 650만 주에 이르렀다. 폴슨은 500만 주를 더 매입해 680만 주로 만들었다.
한편 사이먼스가 이끄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애벗 래버러터리스 주식 330만 주(1억5530만 달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주식 340만 주(8610억 달러)를 사들였다.
폴슨은 킹 파머수티컬스 주식 2000만 주(2억8480만 달러), TEVA 수티컬스 주식 450만 주(2억3030만 달러)를 매입했다.
소로스는 항공 부문에 눈 돌려 델타항공 주식 1100만 주를 사들였다. 그는 이로써 1470만 주(1억5760만 달러)를 확보해 델타항공의 5대 주주로 부상했다.
에너지 부문에 주목한 몇 안 되는 억만장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아이칸이다. 그가 운용하는 아이칸 캐피털은 체서피크 에너지 주식 420만 주를 더 사들여 총 2090만 주(6억655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사이먼스는 비석유 부문의 아치 콜에 베팅해 170만 주(5470만 달러)를 새로 사들였다. 코언은 BP 주식을, 폴슨은 트랜스오션과 애너다코 지분을 늘렸다.
정보기술(IT) 부문은 억만장자들 사이에 별 인기가 없었다. 그나마 소로스와 코언이 아이패드·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 주식을 더 매입했다. 아이칸은 모토롤라 솔루션스 지분을, 사이먼스는 휴렛패커드(HP)와 e베이 지분을 더 늘렸다.
이처럼 올해 억만장자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부문은 금융이다. 이들 사이에서 의약과 IT 종목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IT 부문의 경우 이미 과다 매입된 상태라는 게 포브스의 지적이다.
소로스가 금 투자를 늘리고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를 줄인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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