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9일 아시아경제지식센터에서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전문가 대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대담회 참석자는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책임연구원, 이경화 숭실대학교 교수, 성은현 호서대학교 교수, 임 웅 교원대학교 교수, 노경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비서실장 등 총 5명이다.
▲이정규: 1950년대부터 창의교육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해 현재 교육의 패러다임은 ‘창의인재육성’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교육과학기술부의 핵심정책으로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창의적 인재란 무엇인가? 창의적인 학생이란 어떤 학생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이경화 : 창의교육이 영재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면 다양한 아이들의 창의성을 각각 어떻게 끄집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창의성, 수학적 창의성, 예술적 창의성 등 창의성은 종류도 다양하다. 또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법과 태도 등도 중요하다.
▲성은현: 2006년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창의성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1순위가 학교였다. 학교에서 받은 주입식교육, 수직적 교육이 자신의 창의성에 해가 됐다고 대답한 것이다.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리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창의성을 억압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잠재력이 자유롭게 발산되도록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된다.
▲이경화: 문제의 원인을 교육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창의적인가? 아닌가?’질문했을 때 창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이는 이상한 풍토다. 창의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서 스스로가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수업시간에 ‘창의적 교수법’을 도입해봤다. 많은 과제를 내줘 수업을 따라오는 게 벅찰 텐데도 학생들 반응은 너무 좋았다. 팀별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브랜드 만들어보라’는 미션을 주고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수업과정에서 남에게 자기생각을 말하고 설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
▲성은현 : 설문조사를 하면서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못하고 있다면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잘못보다는 환경 탓으로 돌리더라. 그래서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노경원 : ‘창의성’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 창의성에는 ‘실현가능성’도 중요하다. ‘과거의 지식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쟁점이다. 교과서 속 지식들도 창의성의 산물들이다. ‘만유인력의 법칙’도 과거의 어느 시점에는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였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사상인 ‘일체유심조’를 창의성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모든 게 창의성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꾼다면 창의성에 대한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임 웅: 창의적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 지식이 된다. 결국 본질은 같다. 한국에서의 창의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한 사고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흔히 어떤 자극에 대해서 한 가지를 생각해내는 사람들보다 100가지를 생각해내는 사람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보통 창의성 워크샵에 가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종이컵을 보여주고 ‘이 컵이 무엇일까?’ 질문하며 다양한 대답을 끌어내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종이컵’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비행 접시 같아요’라고 말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반드시 이런 방식의 교육이 창의성을 키워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확산적 사고가 창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담론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에 대한 얘기 별로 안됐다.
1953년 왓슨과 클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밝혀졌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DNA구조가 이중나선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왓슨과 클릭이 노벨상을 타게 해주었던 생각은 다양한 생각 중 하나가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생각이었다. 모든 문제를 바라볼 때 자신이 가진 전문성이 영향을 준다. 그리고 확신을 가지는 한 가지로 밀고 간다.
계획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흐름은 탑-다운 프로세싱(Top-down processing)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양한 사고 못한다고 본다. 위대한 창의성이 이런 과정으로 나온다면? 흔히 생각하고 있는 ‘확산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검증한 연구가 별로 없다. ‘창의성’에 대한 정의나 ‘창의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오는가’에 대한 논의 없이 적용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경화 : ‘창의성’ 개념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에의 적용을 위해서 선생님들은 ‘교수모형’을 원하지만 나는 연수 때마다 개념에 대해 아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회와 현장이 연계되는 현장에서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해야 된다. 낱개의 수업 프로그램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성은현 : 다양한 생각만이 중요하다면 창의성과 정신분열 다를 게 없다. 동서양의 창의성을 비교했을 때, 다양하진 않지만 하나라도 질적으로 높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더 창의적이라고 본다면 동양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확산적 사고과정이 중요하나 확산적 사고만으로 창의적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그리고 다시 수렴적 사고의 반복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찰스 다윈 역시 ‘종의 기원’을 만들 때 이미 다 나온 이론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종합한 것이다.
▲임 웅 : 나도 창의성이 생기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수렴적사고-확산적 사고-수렴적사고 ’의 흐름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산적사고 없이도 창의성이 나오는 프로세스가 있을 것 같아 연구 중이다.
▲이정규 : 학자들이 10년 간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교교육현장에 ‘창의인성교육’이 도입된다. 이런 시점에서 창의성에 대한 정의를 재점검 하자는 입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본래 논의하고자 했던 주제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이어가면 좋겠다.
▲이경화 : 초·중·고·대학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사고하는 방법은 단계마다 다르다. 시기별로 아이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외국의 창의성교육의 도구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창의성 키울 것인가?’ 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나는 창의성이 없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엉망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이정규 :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는 전문지식과 창의성의 관계다. 창의성 전문가인 와이스버그 박사는 "진정한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해당 전문 분야에서 10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10년의 법칙'을 주장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1만시간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식이 바탕이 돼서 창의적 생각으로 나아가는 게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임 웅 : 우리나라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풍토를 가지고 있다. 창의성을 저해하고 억압한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암기가 중요하지 않고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차적 지식습득은 중요하다.
우리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 중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직접 경험이 암기가 더 잘 되기 때문이다. 근데 직접경험은 잘못된 개념이 형성되기 쉽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학교교육이 중요한 거다. 선생님이 잘 넣어주는 간접경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교육을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의 비율을 결정하는 건 교사이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우리가 쉽게 ‘고정관념을 깨자’고 얘기하는 데 고정관념은 전문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는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때때로 고정관념과 지식은 구별이 안 된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지식이고, 거부당하면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모차르트는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13~14시간씩 공부 시켜서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지식교육은 중요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 부모가 창의성교육에 더 관심을 가진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창의성 교육’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지식을 기반으로 삼지 않으면 창의성은 안 나온다. 우리나라가 창의성 교육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인식 바뀌어야 한다.
▲이경화 : 교사연수 때마다 선생님들께 창의교육이 교과교육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특히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애들 대학 보내야 하는데 창의성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또 ‘창의인성교육’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 잡히지 않아 ‘이제 우린 어떻게 애들을 가르쳐야 하냐’며 우려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런데 ‘창의적 사고 기법’은 국어든 수학이든 상관없이 모든 과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의 하나다. 공부를 돕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은현: 우리나라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2009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지식교육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학습에 대한 '동기'다. 아이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창의 교육'은 학생들이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인 학생은 수학과목을 공부하면서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창의성을 키워서 학생이 잘하는 분야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모든 교과영역에 '창의적 교수학습법'을 도입해 학생 개개인이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는 동시에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 웅: 나는 지식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고착’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고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를 주제로 연구 중이다. 성교수님 말씀대로 ‘동기’란 중요하다. 동기가 왜 생기나를 살펴보면 결국 흥미나 효능감, 그리고 성공으로부터의 경험에서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지식과 흥미가 물건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얹어주는 ‘1+1’이벤트처럼 붙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경화: 학생들이랑 ‘창의적 교수학습법’으로 수업해보면 학생들의 흥미나 동기가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수업시간에 재밌어 하더라. 나는 교과수업과 창의성 수업이 다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다.
▲이정규: 우리나라 초·중 교육 현장에서 ‘창의인성교육’이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사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교사의 신념과 교수기법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100대 직업 가운데 가장 권위적인 집단으로 3위에 꼽힌 것이 교사다. 경찰과 군인 다음이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급장 안 붙이고 있지만 권위적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이 있어도 교사가 안 하면 그만이다. 국ㆍ영ㆍ수 모든 과목에서 창의적 기법을 동원해 수업을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노력과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사가 창의성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창의적 교수법 활용해 가르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부분이 교사에게 달려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사들은 새로운 교과가 추가됐다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교사들을 위한 연수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경화: 선생님들이 변화에 부정적이라는 인식도 깨야 된다. 얼마 전 한 중학교 선생님이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 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현장에서 노력하는 선생님들도 많고, 변해야 되겠다고 인식하는 선생님도 늘고 있다.
최근에 과학창의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 자리에 참석해 만난 선생님들도 학교 현장에 돌아가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근데 이렇게 노력하는 교사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이들의 의지가 꺾인다. 그만큼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
▲임 웅: 나는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수업시간에 교사 의존도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교육방식이 과거에는 혁신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교육법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교육과정 계발이 중요한 건 교사에게 너무 의지하게 될 경우 발생할 편차 문제 때문이다. 선생님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성은현: 교육과정계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과제인 것 같다.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보자면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태도문제가 생각난다. 유학 시절, 통계학과 교수님께 맨날 용기내서 질문하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그 학생이 자꾸 질문을 하며 수업의 흐름을 깨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고 다 받아줘 놀라웠다. 우리 교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가르치고 배우다보면 오답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맞다 아니면 틀렸다’ 뿐, 왜 틀렸는지는 물어보지 않는다. 심지어 학생이 자꾸 틀리면 교사에게 반항한다고 생각한다. 1나누기 2는 0.5다. 그런데 2라고 쓰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사과 1개를 나누면 2개가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답으로 가는 방법 역시 여러가지인데 이런 생각마저 차단할 수 있다.
시험문제도 수렴식 사고를 요구한다. 교사가 원하는 답이 아니면 틀렸다고 한다. 미국은 이와 반대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을 보여주고 자신만의 새로운 기둥을 그려보라고 묻는다. 주관성이 들어가겠지만 교사가 원하는 답을 맞추는데 그치지 않는 문제다. 결국 교사의 태도, 교수학습 모형, 시험문제가 함께 변해야 한다.
▲이경화: 학교 현장의 선생님과 만나면서 느낀 점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학교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연수할 때, 교사들이 잘하고 싶어도 교장, 교감이 도와주질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얘기를 듣곤 한다. 학교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성 테스트를 해보려는 교사를 우리가 돕겠다고 해도 중간에서 가로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장 선생님이 중간에서 굳이 왜 하느냐고 말리기도 한다. 시험지 인쇄비 몇 푼도 내기 싫어한다. 교장선생님 돈 들여서 하지 말고 하니까 교사들의 의지가 꺾인다.
▲임 웅: 아이들이 하는 모든 생각을 교사가 들어주고 수업시간에 오래도록 붙잡고 늘어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사의 역할도 어떤 창의성을 교육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오는 'Big C(Creativity, 창의성)'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창의성이다.
이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개인적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Little c'는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는 교육과정에서 이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Little c'를 키우기 위한 정교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냥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내버려둔다고 해서 창의성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이경화: 아직 학교 현장에는 ‘창의성’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전자통신의 사회적 현상’을 주제로 모의법정 행사를 개최했다. 준비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과 토론, 지식 찾아내기 등 문제해결능력과 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모의법정이라는 제목만 보고 ‘법정과 창의성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라. 그래서 더욱 연수의 중요성을 느꼈다.
나는 선생님한테 친절하게 가이드라인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선생님들은 선생님을 다 바보로 만든다고 비판하더라. 선생님의 자율성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끌어가자는 걸 나누면서 틀을 잡자는 거다.
▲노경원: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를 위한 기초체력, 자신만의 사고, 테크닉, 직접 보고 경험해보기 등이 필요하다. 초ㆍ중ㆍ고 교육에서는 테크닉과 경험이 부족하다. 질문법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해 질문하면 답변의 수준이 높아진다. 그래서 얻은 정확한 지식은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교과서 속 지식들도 발견 당시에는 획기적인 창의성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초 텍스트다. 창의성을 너무 유별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학교 현장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직접 경험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오랫동안 강렬하게 기억으로 남는다. 직접 경험에서 많은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 창의체험자원지도(CRM) 작성은 직접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다양성을 높이는 직ㆍ간접체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야한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이 한 가지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 학생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중요성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다빈치는 베로키오라는 훌륭한 교사 밑에서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었다.
‘창의성’도 집단의 창의성이 있고, 개인의 창의성이 있다. ‘교육’에 있어서는 2가지를 다 봐야 한다. 개인의 창의성 키워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과 동시에 학생과 교사, 가정,지역사회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상호교류해 집단의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창의성 교육’은 학생에게만 초점 맞출 것이 아니라 밖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획기적인 생각을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완전히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3가지 아이디어를 조합해 만든 결과물이다.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내려온 '태양중심설'과 대항해시대를 맞아 발달한 '삼각함수', 그리고 '천문학 데이터'를 조합해보니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창의성'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조합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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