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대보증 공포에 휩싸였다.
최근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이 회사와 공동으로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벌였던 동양건설산업 또한 위기 상황으로 몰리면서 업계 전반에 PF 대출 연대보증에 따른 줄도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 12일 4270억원 규모의 헌인마을 개발사업 PF 대출 만기 연장을 논의하다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담보 제공을 요구하자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동양건설산업과 함께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벌이면서 연대보증 형식을 통해 각자 PF 대출금의 절반씩 채무인수약정을 맺었다.
공동 PF사업은 토지대금 등 높은 사업비를 건설사들이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짐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PF 대출을 일으킬 때 대부분 연대보증을 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연대보증이 한 건설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놓이면 사업파트너인 다른 업체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는 데 있다. 공동사업자 중 한곳이 부실에 빠질 경우 동반 위기로 몰고 가는 ‘독(毒)’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998년 IMF 당시에도 많은 건설사들은 연대 보증 때문에 연쇄 부도의 길을 걸었다. 이후 개별 사업장에서는 건설업체끼리의 상호 대출보증을 없앴다.
하지만 PF 공동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연대 보증이 살아 있어 새로운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공동사업을 통한 연대보증이 도리어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동반 부실을 초래하는 지뢰 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김포시 신곡6지구 도시개발을 진행하던 건설업체 새날이 지난해 4월 자금난으로 PF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자 연대보증을 섰던 신동아건설과 남광토건도 결국 동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서울 양재동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옆 부지 9만6000㎡ 규모에 복합유통센터를 지으려던 양재 파이시티 개발사업도 시공사인 대우차판매 건설부문이 지난해 4월 PF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자 공동 사업자인 성우종합건설도 그해 6월 워크아웃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삼부토건 사태를 계기로 PF 대출 연대보증의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국내 10위권 건설사까지 쓰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삼부토건과 공동 보증한 5500억원 규모의 김포 풍무동 도시개발사업 PF 대출이 상환 요청에 몰릴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 대출금은 한화건설과 삼부토건이 50%씩 연대보증하고 있다.
채무 보증은 절반씩 서지만, 둘 중 한곳이 부도나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 다른 한 곳이 시공사의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중첩 보증이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 한화건설은 5500억원의 상환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PF 개발사업은 김포시 풍무동 일대에 아파트 2618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한화건설은 이에 대해 "삼부토건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PF 대출에 대해 100% 연대 책임을 지고 사업을 단독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송재 대한주택건설협회 본부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 건설 회사가 부실해지면 사업이 지연되고 덩달아 다른 건설사에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공동 개발사업자 모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재의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대출만 하고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며 "금융권도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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