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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시한폭탄..사채시장마저 외면, 해법은 없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05초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건설업계에 돈줄이 말랐다. 사채시장마저 외면할 정도다. 게다가 당장 국내 건설업체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덫에 걸려 휘청거리고 있다. PF 우발 채무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민간 PF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미입주.공실률 급증 사태가 빚어지면서 사업성이 현격히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건설사들의 PF 부실 문제는 언제 밟아 터질지 모르는 지뢰 폭탄과 같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도 부실화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의 만기 연장이 거부되면서 벌어졌다. PF란 건설사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 등을 건설해 분양하고 나중에 대출금을 갚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PF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PF 덫에 빠지다=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모두 28곳에 이른다. 올 들어 쓰러진 중견업체만도 동일토건ㆍ월드건설ㆍ진흥기업ㆍLIG건설 등 4곳이다. 모두 PF 사업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융권이 경영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화된 PF 대출은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은 14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3조6000억원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나머지 부실채권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담보가 있지 않은 한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라며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금 압박을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사채시장에까지 손을 대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중견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매일 하루 종일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며 "도대체 어디에서 돈을 구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PF에 발목을 잡힌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좌초하는 등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법은 없나=국내 PF 대출은 건설사의 시공사 지급보증에 의한 사실상의 기업금융 형태로 운용된다. 시공사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송재 본부장은 "건설사 한곳이 쓰러지면 금융기관과 하도급업체, 입주민 등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 PF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PF 대출과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건설업체뿐 아니라 금융권도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대출만 하고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며 "건설사들이 빚 보증을 서지 말고 금융권도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PF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캐나다와 호주 등 외국의 경우 자본여력이 탄탄한 대형 시행사가 프로젝트 사업을 이끈다. 한 신용평가업체 관계자는 "외국 시행사들은 총 사업비의 20~30%를 자체 또는 외부 자본유치(지분투자)를 통해 충당한다"며 "적어도 토지매입 대금 정도는 자체 자본금으로 해결하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국내 PF사업의 경우 초기 사업비의 대부분을 금융권 차입을 통해 충당하는 구조다.


철저한 사업성 검토도 필수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PF사업은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통해 계획되고 진행돼야 한다"며 "모든 불안 요소를 미연에 점검할 능력이 안된다면 PF사업의 자본 구조라도 튼튼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성을 지닌 PF사업인 경우 일본 등 선진국처럼 대출 채무보증이나 용적률 상향, PF만기 연장보증 제도 등의 정부 지원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은 "지금처럼 PF만기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면 대형 건설사도 버티기 힘들다"며 "PF만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보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PF 의사결정의 축이 시공사(보증성)에서 시행사(사업성)로 변환돼 가야 한다"며 "그래야 부실 시행사와 부실 프로젝트의 판단기준이 명확해지며 PF가 투자적 개념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단기 대책으로 일정기간 PF 대출 이자 부담을 최소화 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김민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금융권이 나서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단기적으로 PF 대출 이자를 낮춰 건설사들의 부담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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