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케이블방송업계가 KT의 방송통신결합상품 'OTS'의 불법적 판매가 케이블TV업계를 고사 위기에 빠뜨렸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13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주최한 '제5차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서 케이블업계 관계자들은 '거대 자본의 약탈', '마케팅 막장'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KT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길종섭 회장은 "불법적인 요소에 의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시장은 물론 관련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KT를 정면 공격했다.
KT는 현재 위성방송 사업권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위성방송상품 OTS를 판매해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KT를 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특히 KT가 OT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현금 마케팅과 덤핑 마케팅을 일삼으며 불공정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길 회장은 "지금 우리는 시장과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사법부 제소를 포함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너지는 유료방송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찬호 현대HCN 상무는 KT의 마케팅이 '막장' 수준으로 치달았다고 일갈했다. 맹찬호 상무는 "콘텐츠 능력이 떨어지는 이동통신사가 OTS라는 '변종 상품'을 출시해 위성방송 콘텐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공중파 방송 외에 10개 채널을 무료로 송출하는 KT의 행위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위성방송을 무료로 송출하면서 PP들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케이블 단체계약이 전면금지된 것처럼 표현한 허위·과장 홍보, 케이블TV 설비 무단 이용, 케이블 선로 차단으로 시청 장애 유발, 경쟁사 우편물 무단 수거 등 KT가 행한 불공정행위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꼬집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들은 KT가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에 기반한 '머니 게임'에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2010년 기준 KT의 마케팅 비용은 2조8259억원으로 전체 케이블TV업계 매출인 2조5000억원보다도 많다. 케이블업계로서는 도저히 KT와 경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케이블업계는 저가방송이 고착화되면 장기적으로 KT의 독과점이 초래되고 이용자 편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콘텐츠 선순환에 정면으로 역행해 PP들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정일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강력한 정책적 대책을 마련해 통신사업자들의 과도한 마케팅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승돈 법무법인 한로 변호사는 "단기적으로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매의 위법성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주장기적으로는 사업자간 공정 경쟁 촉진 및 이용자 보호 방향으로 방송통신 통합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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