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제2도시 브르노(Brno)를 거쳐 스비타비로 가는 도중 소크라테스골프장을 찾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리스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소크라테스를 만난다고 하니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세기의 악처로 유명한 크산티페를 모시고(?) 산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등 수많은 철학적 명언을 남겼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정면에는 긴 퍼머 머리의 소크라테스 흉상이 좌측에 있고, 우측에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퍼터를 들고 포효하는 동상이 서 있다.
총지배인에게 골프장 이름의 유래에 대해 물었더니 소크라테스는 인류 최초의 피트니스 코치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크라테스의 인본주의 사상과 존재 가치의 존엄사상을 기본으로 정신과 육체가 조화되어야 훌륭한 스포츠가 탄생한다는 그의 철학을 담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다. 1988년 1월에 18홀(파72ㆍ5700미터) 규모로 건설됐다.
코스는 구릉 위에 만들어져 체코의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하향과 상향홀이 교차반복해서 지루함을 없앴다. 대신 도그렉홀과 블라인드홀이 많고, 페어웨이가 좁아 티 샷의 정확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코스다. 도그렉으로 조성된 13번홀 옆에는 4단짜리 돌계단 관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첫째는 티 샷한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다음은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자가 되어 보라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머리에 새로운 철학사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산에 올라가 머리에 손을 펴고 그리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는 일화를 응용했다.
코스 곳곳에는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조형물인 돌다리, 악처와 함께 살았던 집, 구석기시대의 고인돌과 비슷한 형태의 돌기둥도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문(Victory Gate)'라고 한다.
"뜨거운 사랑은 쉽게 식는다"는 그의 명언이 클럽하우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것은 아마도 골프는 오랫동안 갈고 닦아야만 참맛이 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리라. 골프인생 30년 중 골프장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골프라는 운동은 시대를 막론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중계역할도 해주는가 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