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지난 주말 방영된 TV 오락 프로그램부터 최신 영화까지. 이 사이트엔 없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파일을 검색한 뒤 '다운'을 누르면 다운용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동영상을 받는데 3분이면 충분하다. 가입을 할 필요도, 돈을 낼 필요도 없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올린 파일을 특별한 절차 없이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토렌트 사이트다. 사이트 수와 사용자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큰 토렌트 사이트 가운데 수십 개가 정부의 철퇴를 맞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 저작권보호과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을 불법 공유하는 '투쉐어(toshare)', '토유저(toruser)', '이토렌트(etorrent)' 등 유명 토렌트 사이트 70여 곳을 적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11일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토렌트 사이트들이 불법성 정보를 유통해 저작권을 침해한 점이 방통위와 방통위심의위원회에서 인정되면 10~15일 이내에 접속차단 등의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그동안 사용자들이 올린 파일을 잘게 쪼개 공유하면서 다운을 받는 토렌트 사이트의 운영 방식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한 논란이 많았지만 국내에선 따로 제재 조치가 내려진 적은 없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었던 만큼 이들 토렌트 사이트는 그 규모가 계속 확대돼 왔고, 영화사나 방송사가 저작권 문제를 들고 나서자 주소를 옮겨 다니는 '떴다방'식 운영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저작권보호과 최태경 사무관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때론 가입 절차 없이 운영되는 토렌트 사이트들은 그 운영 성격상 거의 대부분의 사이트가 저작권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저작권을 침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저작권 침해 대상물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는 단속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최 사무관은 이어 "파일 등을 불법으로 공유하고 있는 토렌트 사이트들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현재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토렌트 사이트가 단속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이번 단속 대상은 70여 곳이지만 앞으로도 계속해 토렌트 사이트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토렌트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올린 파일을 잘게 쪼개 공유하면서 다운을 받을 수 있는 P2P 방식의 파일 공유 사이트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가입만 하면 따로 돈을 낼 필요 없이 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게임 등의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하나의 파일을 이용자들이 여러 조각으로 나눠 가지고 있으면서 공유하는 방식은 미국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 브램 코헨이 2001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과 지난해 말 미국에선 저작권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파일을 공유하던 토렌트 사이트 110여개가 정부 제재 등으로 폐쇄됐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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