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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사건'은 비극, 영화인 표준계약서 만든다 - 김의석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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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사건'은 비극, 영화인 표준계약서 만든다 - 김의석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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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갈 곳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수장으로 '결혼이야기' '청풍명월'의 김의석 감독이 임명됐다. 영진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들어 세 번째 교체됐다. 강한섭, 조희문 등 두 전임위원장이 임기를 못 채운 채 불명예 퇴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지난 1999년 영진위 설립 이후 현직 영화 감독이 위원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는 정병국 장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과연 김 위원장은 모든 영화인들이 등을 돌린 '동네북' 신세의 영진위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취임 5일째를 맞은 김 위원장을 본지가 직접 만났다.

-새로운 수장이 된 소감은.
▲영화인 출신을 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은 현장의 소리를 들으라는 뜻이다. 영화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영화 발전을 위해 매진할 생각이다.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산산 조각난 관계를 소통을 통해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나서겠다.


-한국 영화 산업을 어떻게 보는지.
▲1992년에 '결혼이야기'로 감독에 데뷔했다. 사실 그 때는 국내 개봉되는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비율이 1.5 대 8.5까지 갈 정도로 암흑기였다. 20년 동안 한국영화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개봉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비율이 좋을 때는 7대 3에 이르고, 평균도 5대 5 정도는 된다. 이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내에서 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에 이르렀다.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기엔 영화인들의 몸집이 너무 커졌다는 말이다. 윤제균('해운대'), 김용화('국가대표') 강제규('태극기 휘날리며') 등 국내 내로라하는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칸 국제영화제에 간 봉준호(''마더' '괴물') 감독도 한국 시장을 탈피해 국제 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 플랜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고은 사건'은 비극, 영화인 표준계약서 만든다 - 김의석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위원장이 구상하는 새로운 시도는 무엇인가?
▲중국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5년간 중국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작년 한국 영화 산업이 벌어들인 총액이 1조5000억원인데, 그 중에 순수 극장 매출이 1조1500억원 정도된다. 나머지가 부가판권 등 2차 판권 시장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1위 매출을 올리는 단일 영화사의 매출 총액이 2조원이 넘는다. 한국은 상영관 수를 모두 합쳐도 2000개 남짓할 뿐인데, 중국은 연말 3D 상영관만 2500개가 넘는다. 게다가 5년 후에는 극장 수가 3만 개를 넘기며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중국이 시설과 컨텐츠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는 반면에 양질의 컨텐츠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두드릴 때다. 그 가교 역할을 영진위가 해야한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이 매년 10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글로벌 펀드다. 영화발전기금(2010년 기준 300억 원, 2014년까지 2000억 원)과는 별도로 운용되며 이미 국고에서 추가로 400억 원이 마련됐고, 2011년 하반기에 정부와 주요 금융권으로부터 600억 원을 플러스시켜 1000억 원 가량이 조성된다. 해외 진출을 꾀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글로벌 펀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스태프나 인프라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저예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책은 없는가?
▲'투 트랙 Two Track'으로 간다. 글로벌한 영화는 글로벌한 정책으로,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에 관계된 지원 정책은 또 다른 정책으로 간다는 말이다. 지난해 폐지된 예술 영화 제작 지원제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부활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예술 영화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 메이저리그가 빛나기 위해 마이너리그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마이너리그를 돌봐줄 수 있는 곳은 정부나 공공기관뿐이다.


-IPTV, 스마트폰 등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대한 영진위의 대응 방식은.
▲자체적으로 영화 굿 다운로드 등 공공 영화 온라인 유통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1단계를 마무리했고, 이제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더 이상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는 시대가 아니다. IPTV 등 새로운 매체로 영화 컨텐츠의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로벌 펀드와 표준계약서 실행의 경우처럼 단지 구축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영화 산업에서 실행될 수 있는 '실제' 안을 만들 것이다.

'최고은 사건'은 비극, 영화인 표준계약서 만든다 - 김의석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2011년 하반기 영진위 사업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비극적인 '최고은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영화인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올해 사업 중에 인건비 지원 사업이 있다. 기획 개발비와 시나리오 마켓 예산이 지난해 말에 지원이 없어졌다가 최고은 사건 이후 다시 부활했다. 매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겠다. 또한 위원장 업무 대행 때부터 영화인들을 위한 표준계약서 수립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영화 용역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추후 영화 산업 회사들이 이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도록 하겠다. 표준계약서를 내부적으로 준수하는 회사만 영진위에서 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올해 하반기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착되도록 하겠다. 또한 영화산업노조가 요구한 4대 보험도 도입한다. 이를 위해 현재 보건복지부와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 중이며 실업급여와 체불임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노동부와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이다. 나 자신이 영화를 만들다 돈을 떼 먹힌 적이 많아서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진위가 2013년 말까지 부산으로 이전한다. 이전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영화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서울과 부산시, 영화인들과 영화산업 종사자들 사이의 합의점이 도출돼야 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꺼내놓고 이야기하면 교차점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홍릉 영진위 건물은 지난 1월 165억3500만 원에 매각이 결정됐다. 문제는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매각되지 않아 동일한 시점에 영진위와 촬영소가 모두 부산에 새 살림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최고은 사건'은 비극, 영화인 표준계약서 만든다 - 김의석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영화진흥위원회(KOFIC, Korean Film Council)
대한민국 정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 받은 범국가 부문(Wider State Sector)의 전문기구다. 한국 영화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위하여 1973년 4월 3일 영화진흥공사로 출발했으며, 1999년 5월 28일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정부로부터 예산은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 받는 ‘분권자율기관’으로, 학술적으로는 준정부조직(Quango: Quasi autonomous non-government organiz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감사를 받는 영진위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한 상임위원장 1인과 비상임위원 8인, 기획관리부, 경영관리부, 진흥사업부, 국제사업센터, 영화정책센터, 종합촬영소, 한국영화아카데미 등의 실무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의석은 누구?
1957년 7월 6일 전라북도 군산(현 54세) / 휘문고등학교-중앙대연극영화과-한국영화아카데미 1기-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과/ 주요작품_’결혼이야기’ ‘총잡이’ ‘북경반점’ ‘청풍명월’ / 주요경력_한국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 전주영상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권상효(ATLA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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