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주총장 진입 시도···오전 11시경 물러나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주주총회장 진입을 놓고 사측과 대치했던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시간여만에 물러남으로써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조합원들은 18일 서울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리해고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주총장으로 상경했다.
조합원 150여명은 전날 저녁 버스 4대에 나눠타고 부산에서 출발했으며, 이날 오전 2시경 동서울터미널 인근 공원에 먼저 집결해 있던 서울 조합원 90여명 및 금속노조 조합원 50여명과 합류해 새벽을 지셌다.
예상보다 빨리 상경한 조합원들을 막기 위해 사측은 오전 6시경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을 한 뒤 시민들이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터미널 정문만을 개방하고는 모든 출입구를 잠그고 직원들을 배치했다. 뒤이어 경찰이 버스 10여대로 터미널 앞을 봉쇄했으며 200여명의 경찰이 방어막을 치는 등 주총이 열리는 시각이 다가올수록 주변 도로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전 9시 주총이 예정대로 시작됐고 10분후 조합원들이 일렬로 줄을 서 공원에서 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 정문 앞에서 경찰 및 사측과 대치한 조합원들은 터미널 앞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물리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어 “조합원들이 터미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겠다”고 전해 경찰이 이들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터미널 내로 진입했다.
조합원이 사측과 부딪친 것은 이때 부터였다. 조합원들은 지하 1층 식당을 이용하겠다며 터미널 중앙 에스컬레이터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미 에스컬레이터에는 사측 직원들이 통로를 막고 있었다. 식사를 하겠다며 내려가기를 고집한 조합원과 이를 막는 사측 직원들간의 실랑이 및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한지 6분여가 지난 뒤,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뒤엉켜 있던 조합원과 직원들의 중심이 무너지면서 10여명의 사람이 계단으로 굴러 내려갔다. 넘어지는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계단으로 몰려간 가운데 조합원들이 갑자기 흥분상태로 돌아서면서 무력 충돌이 발발할 수 있는 위기상황까지 몰렸다. 이 때 지켜보던 경찰병력들이 즉각 계단쪽으로 몰려들어 사태는 더 커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계단에서 넘어진 사측 직원 한명이 다리와 무릎이 피가 나는 부상을 입었으며 곧바로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경찰이 “폭력이 발생하면 끌고 가겠다”고 확성기로 방송을 하자 조합원들도 “밥을 먹으러 간다는 데 막는 것은 불법이다”며 역시 확성기로 항의를 했고, 사측 직원들은 “지하1층 식당은 만원이니 1층 또는 3층 식당을 이용해 달라. 주주명부에 올라있는 분들은 주총장으로 갈 수 있다”고 방송하며 시끄러운 상황이 지속됐다.
조합원들은 “1명씩 10초 간격으로 내려가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이 계단을 열어주지 않자 9시 46분경 터미널 내에 주저 앉아 항의의 구호와 함께 시민들에게 “30년간 배만 만들다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해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경찰이 부당하게 막고 있는 이 장면을 촬영해 트위터나 인터넷에 올려 널리 알려달라”고 역설했다.
다행히 고성과 고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10시 30분 즈음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조합원들은 각자 식당으로 가 늦은 아침을 먹은 뒤 터미널을 빠져나가 도착한 버스에 나눠타고 부산으로 내려갔고 11시경에는 경찰도 철수해 상황은 해제됐다.
한 조합원은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영도조선소를 살리자는 요청을 위해 이번 집회에 참가했다”며 “하지만 사측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오는 5월이면 영도조선소의 건조 물량은 0이 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회사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조합원들은 사측에 일방적인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열린 주총은 송화영 대표이사 사장과 조원국 조선부문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과 사업목적에 국내 및 해외자원 개발을 추가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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