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전문가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지진이 단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손실을 입히겠지만, 일본이 피해 복구를 위한 재건에 나서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건설 투자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글렌 맥과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연재해는 당장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중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의 재건 투자가 시작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증권사 컨버젝스 그룹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전략가는 “재건 작업이 시작되면 건설·에너지 업종을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는 새로운 부(富)가 창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경제 복구를 위한 재정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이 약해지겠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가까운 장래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과거 재해를 살펴보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고베지진 당시 일본이 입은 경제적인 손실을 10조엔에 달했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베 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두 지역은 일본 GDP의 12.4%를 차지해, 큰 피해를 안겨준 것이다. 그러나 복구과정에서 일본 GDP는 2% 가량 늘었다.
지난 1월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 휩쓸고 간 아이티도 재건 특수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도시가 새롭게 조성되면서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들도 재건 특수를 잡기 위해 아이티로 몰려 들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체들의 생산 타격도 오래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이지웅 이코노미스트는 "피해 지역에서 철강업체와 정유사 등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타격이 있겠으나,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량을 늘려 이를 상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생산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엔화 강세도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해복구를 위해 일본 정부가 추가 지출에 나서면서 일본의 재정적자 부담 가중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엔화를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전문가들이 엔 강세를 점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일본 기업들이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엔화를 매입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1995년 고베지진 당시에도 이때문에 엔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약 20% 올랐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기업들이 고베지진 당시만큼의 엔화를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일본은행(BOJ)가 환시에 개입해 이를 조절할 것이란 설명이다. 14일 BOJ는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7조엔(약 86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공급키로 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하시모토 유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책당국이 엔화 가치가 치솟도록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지진보다는 오히려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중국의 긴축정책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요소라고 설명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슈타인 메츠는 “중국이 인플레를 제대로 견제하느냐가 세계 경제의 성장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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