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설치선, 블루오션으로 등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다리가 달린 선박을 보신적이 있는가?
다리 달린 선박이 있다면 그 선박은 바다를 걸어다니는 것일까?
걸어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다리가 달린 선박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올 하반기에 그 실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선’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활발해 짐에 따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풍력 발전이다. 하지만 거대한 프로펠러를 돌려야 하는 풍력발전기를 육상에 건설하려면 일정한 수준이 바람이 불어야 하며, 동시에 발전기가 구동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단점 때문에 보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운 바다 위에 풍력 발전기 건설을 추진중인데, 육지에서 만들어진 풍력발전기를 바다 위에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를 선박에 실어 현장에서 작업토록 한다는 것이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선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한 국가는 역시 한국이다. 지난 2009년 12월 대우조선해양은 유럽 굴지의 전기·가스 공급업체로 독일 알베에이로부터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선을 수주해 지난해부터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생산을 시작했으며 오는 9월말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당시 입찰전에는 유럽, 일본의 여러 조선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최종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추가 수주 가능한 옵션 1척을 포함해 총 3척을 수주했으며, 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액에 낙찰 받았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플랫폼 타입 형태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은 길이 109m, 폭 40m로, 기둥높이 120m, 날개 길이 60m에 달하는 5MW급 해상풍력발전기 4기를 싣고 최대 7.5노트(시속 13.9km)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이 선박은 발전기를 설치할 지점에 도착하면 선박에 장착된 6개의 쓰러스터와 지리정보표시(GPS) 시스템으로 정확한 설치 지점에 자리를 잡은 뒤 선박 바닥으로부터 4개의 다리(Jack-Up Leg)를 해저에 내려 선체를 해상에 고정시키고, 800t급 대형 크레인으로 총 4기의 발전기를 12일만에 모두 설치할 수 있다.
바지선을 활용해 발전기를 설치할 때보다 훨씬 열악한 기후환경에서도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설치기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알베에이는 영국, 벨기에, 독일 근해에서 이 선박을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0월 동남아 선주로부터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을 수주했다.
길이 161m, 폭 49m로 3.6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기 12기를 동시에 운반·설치 가능한 세계최대 규모다. 다리 길이는 120미터에 달하며, 수심 75m까지 풍력발전기 설치가 가능하며 10MW 이상의 초대형 풍력발전기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선박은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와 발전실, 타워 등을 싣고 발전기를 설치할 지점으로 항해한다. 설치 해역에 도착하면 6개의 다리를 아래로 내려 해저면에 고정시킨 뒤, 선박을 수면 상부로 15m 가량 상승시킨 뒤 설치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선체에 장착된 1200t급 크레인을 이용해 풍력발전기 타워와 발전실, 블레이드를 순서대로 설치하게 된다.
이 선박은 20m/s의 강풍과 2.5m의 파도가 치는 북해와 같은 열악한 해상에서도 36시간 마다 1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작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용 활성화 정책으로 해상 풍력발전의 규모는 올해 3GW 수준에서 2020년에는 43GW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는 5MW급 해상풍력발전기 8000기 정도가 설치돼야 하는데, 해상 풍력발전기가 늘어나는 만큼 해상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선박 발주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영국 가오 오프쇼어와 심해 풍력터빈설치선인 ‘딥워터 인스톨러’호에 대한 설계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건조는 아직 협의 단계에 있지만 확정될 경우 척당 선가가 최소 1억달러에서 최대 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건조가 결정될 경우 STX조선해양은 해당 선박을 중국에 소재한 STX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도 스웨덴 바텐팔과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 1척 수주 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수주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료: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