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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땅에서 태어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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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건조공법, 한국이 최초 개발
<동영상: 성동조선해양이 육상에서 건조한 1호선 '로드아웃' 과정>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땅위에서 배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조선소는 통상 선박을 만들 때 도크를 사용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땅에서 선박을 만들었지만 선박의 크기가 거대해 지면서 배를 도크에서 만들게 됐다.

그런데, 10만t이 넘는 거대한 선박을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맨 땅에서 만들었다. 지난 2004년 10월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진수에 성공한 것이다. 수주 물량이 워낙 많은데다가 도크를 추가 건설하려면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현대중공업의 육상건조 공법은 지난 200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육상건조의 과정을 살펴 보면 조선소 곳곳에서 만들어진 블록을 육상의 한 자리로 모아 조립된다. 완성된 선박은 스키드 레일(Skid-Rail,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할 때 운송 수단이 움직이는 장치)을 이용해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반잠수식 바지선)로 선박을 이동시키는 데, 땅에서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서 ‘로드 아웃’(Load-Out)이라 부른다. 로드아웃은 선박의 중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육상과 연결돼 있는 해상의 플로팅 도크의 미세한 움직임 및 밸런스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유지하는 것이 기술이다.


[배 이야기] 땅에서 태어난 배 지난 2006년 5월 26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에서 회사가 육상에서 건조한 1호선 선박을 안벽에서 플로팅도크로 이동시키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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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도크로 이동한 선박은 예인선으로 플로팅 도크를 해상으로 끌고가며, 해상에서 플로팅 도크를 반잠수시킨다. 완성된 선박의 부력을 이용해 자연부양 시킨 후 선박을 이동시키고 반잠수된 플로팅 도크는 밸러스트탱크의 물을 빼내어 원상태로 부상시킨다. 이를 ‘진수’라고 부른다. 진수는 바다와 기상 상태에 따라 반잠수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컨트롤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육상건조방식의 최대 장점은 드라이 도크(Dry dock)에서 제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의 생산능력이 크게 증대된다는 데 있다.


기술적으로는 ‘장비 및 인력의 접근용이’, 즉 접근성을 들 수 있다. 기존 드라이 도크를 이용하게 되면 탑재라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탑재를 하기 위해서는 골리앗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며 골리앗 크레인의 능력에 따라 블록의 숫자가 정해진다.


하지만 육상건조는 골리앗 크레인 이외에도 트랜스포터, 모듈러 등 새로운 운송 장비를 이용해 수백~수천t까지 블록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골리앗 크레인의 능력을 능가하는 대형 블록들을 만들 수 있다.
육상건조를 위해서는 육상에서 건조된 선박을 해상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슬라이딩 진수(Slip Way)’ 방법이 있다. 경사면을 통해 배가 종방향 혹은 횡방향으로 미끄러져 해수면으로 이동 후 바다에 뜨는 것이다. 짧은 이동거리와 단시간 내에 진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여느 방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초대형 선박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안정성 문제로 인해 모두들 비교적 안정적인 종진수나 횡진수를 사용한다.


또 다른 방법은 플로팅 도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정적이고 작업공간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안전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스키드 레일이 한쪽 방향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현대중공업의 횡방향 진수 방식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을 육상건조 후 선박을 육상에서 들어 올려 반잠수식 바지에 횡방향으로 이동시킨 후, 바지선을 가라 앉혀 선박을 진수했다.


STX는 ‘스키드 런칭 시스템(SLS, Skid Launching System)’을 도입했다.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완전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 2개의 부분으로 나뉜 선박 블록을 유압으로 들어 올린 후 스키드 레일을 통해 종방향으로 플로팅 도크로 이동시키고 플로팅 도크 위에서 두 개의 블록을 조립해 진수시키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4만~8만DWT(재화중량톤수)급 중소형 선박 건조 때 사용된다.
<동영상: 성동조선해양이 육상에서 건조한 1호선 '진수식' 과정>


성동조선해양의 육상건조는 두 회사와 차이가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소 설립 당시부터 육상건조 공법을 주력 건조방법으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대형조선소로, 유일하게 육상건조 공법만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파일럿 선종이었던 9만2000DWT급 포스트파나막스급 벌커의 종진수를 성공했는데, 이는 육상건조 사상 처음으로 완성된 선박을 종진수한 첫 사례다. 성동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푸시풀 시스템(Push-Pull System, 선박을 플로팅 도크로 이동하는 시스템)으로 진수 4시간이라는 최단시간의 기록도 세웠으며, 지난해에는 한 시간 앞당겨 3시간에 마무리 했다.


육상건조공법은 통상적인 선박건조 전용 도크 또는 선대를 건설할 필요 없이 기존 의장안벽 시설을 이용해 건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육상건조 공법을 적용할 수 있다. 초기 시설 투자비가 적으며, 건조 효율은 전용 도크 시설과 큰 차이가 없으나 육상건조 공법을 통해 조선소 전체의 운용 효율을 높여 매출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으며, 선주가 요구하는 인도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육상건조는 현재까지 20만DWT급의 선박까지만 건조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성동조선해양도 22만DWT급까지만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배 이야기] 땅에서 태어난 배 플로팅 도크에 실린 성동조선해양의 육상건조 1호 선박이 진수를 위해 예인선에 이끌려 해상으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적설비 및 선적공법의 개발, 선적공법의 단순화, 건조블록 대형화를 통한 탑재 최소화, 의장공정의 효율적 수행 등 생산기술 축적을 통해 생산 효율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더욱 큰 선박도 땅 위에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자료: 성동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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