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전 회장이 스톡옵션 행사로 얻게 된 20억원의 차익이 도마에 올랐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한다"며 "라 전 회장과 이사회를 다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조직과 인사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없다면 신한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8일 라 전 회장이 2005년 스톡옵션 부여분 9만9447주, 2006년 부여분 11만2794주 등 총 21만2241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해 세후(稅後) 기준으로 약 20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어제 밝혔다. 2007년 부여분 5만6613주와 2008년 부여분 3만8500주는 라 회장이 '자진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반납'으로 보긴 어렵다. 2007년 부여분의 행사가격이 5만456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높아 단기간 내 행사가 어려운 데다 2008년 부여분은 신한금융 내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사회에서 권한 행사를 제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신한금융 측과 라 전 회장의 무감각과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전 회장은 경영진 간 갈등으로 회사 주가를 급락시키고 이미지에 먹칠한 당사자다. 그래서 물러났는데 챙길 건 다 챙기겠다는 것은 한심한 행태다.
가관인 것은 신한금융 이사회의 태도다. 법무법인 3곳에 타진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보기 어려워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명예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주가하락을 불러왔는데도 '중대한' 손실이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기초적인 판단도 못하고 법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신한금융의 문제일 것이다.
또 이사회 전성빈 의장은 한술 더 떠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들이 끼리끼리 각각의 후보를 미느라 파벌 싸움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은 이사회다. 의장이란 사람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하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라 전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라도 스톡옵션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불법행위 등과 관련된 스톡옵션 행사에 관한 규정을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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