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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 CP 대신할 전자단기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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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 CP 대신할 전자단기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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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투자은행을 꼽으라고 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은 바로 골드만삭스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기업어음(CP)을 통해 창업 및 성장기반을 다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1869년 독일계 이민자 마커스 골드만이 이 회사를 창업했을 때 그는 자금의 융통이라는 '금융'의 본질에서 큰 사업기회를 발견하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는 자금을 공급하고 상업은행들에는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를 제공하는 기업어음의 인수 및 중개를 통해 회사를 급성장시켜 지금의 골드만삭스가 되는 기반을 쌓았다.

당시 마커스가 주목했던 것처럼 오늘날 기업어음은 기업금융의 중요한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각국의 단기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0년 9월 말 잔액 기준으로 단기금융시장의 금융상품 중 기업어음이 약 73조원(단기금융시장 총액 대비 27%)에 달하고 있어 환매조건부매매채권(RPㆍ33%)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물을 기반으로 하는 현행 기업어음의 속성상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에는 언제나 시ㆍ공간적인 제약과 위ㆍ변조 및 분실과 같은 위험이 수반되고 있다. 또 조달자금의 당일자금화가 곤란하고 기업어음의 유통이 제약돼 기동성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실물 기업어음에 대한 통합된 정보시스템의 부재로 투명하고 종합적인 정보의 확보가 곤란해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나 2008년 말의 국제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신용경색 시에는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도 다분히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행스럽게도 기존 기업어음의 관념을 뛰어넘어 시ㆍ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기업들에는 혁신적인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고 시장참가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부여하는 금융혁신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증권에 기반한 기존의 기업어음제도를 개선해 전자등록시스템을 기반으로 발행 및 유통 전 과정이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전자단기사채제도'의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단기사채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비용(CD금리+spread)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call금리+spread)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발행금액 100억원 기준, 1일당 약 1400만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어음제도에서는 1일물과 같은 초단기물의 발행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나 전자단기사채제도에서는 초단기물 발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여건에 따른 다양한 기간의 맞춤식 자금조달도 가능하게 된다.


특히 발행관련 제반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자등록시스템에 통합공시 되기 때문에 단기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신용경색 시에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자단기사채의 다양한 이점을 인식해 미국ㆍ일본, 유럽 등의 금융선진국들은 전자단기사채의 속성을 가진 금융상품을 일찌감치 도입해 자국의 단기금융시장을 발전시켜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 세계 금융시장의 발전적 미래에 관한 논의를 주관했던 우리도 이제는 이러한 단기금융시장의 국제적 조류에 적극 동참할 시점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단기사채제도 입법안이 조속히 마무리돼 전자단기사채제도가 단기금융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성공적인 제도로 조기 안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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