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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어느 목사님들의 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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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어느 목사님들의 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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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전철 안에서 손에 성경과 십자가를 들고 '예수를 믿으라'는 어깨띠를 두른 이들을 볼 수 있다. 조용히 성경을 읊조리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열성 신도'들도 많다. 그들은 때로 아무에게나 다가가 눈을 부릅뜨고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렇지 않으면 불신지옥에 떨어지리라' 악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열성 신도들만 악담을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최근 "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정권 차원에서 (수쿠크법을) 허락한다면 장관님과 후손도 후회할 것이고 정권도 무너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앞서 어느 목사는 '낙선운동' 운운했고 또 다른 목사는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했다. 교계 어른 목사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험한 공갈이요 협박이다.

수쿠크법이 대체 뭐길래 목사님들이 이 난리일까. 수쿠크법은 이슬람채권 '수쿠크'에 면세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교의 특성을 감안해 다른 외화채권에 버금가도록 수쿠크에 배당소득세, 법인세 등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외화차입 다변화를 위해서다. 대부분 소득세를 내지 않는 목사님들이 언제부터 세법에 그리 관심이 많았을까만은, 불합리한 조항이라면 정교(政敎)분리 차원과는 별개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반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목사님들의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다른 외화채권에 비해 수쿠크에 더 많은 면세 혜택을 주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수쿠크 수익의 2.5%를 '자카트'라는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데 그 자금이 이슬람 테러단체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수쿠크법이 겉보기엔 특혜지만 실제로는 다른 외화채권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내용이라는 걸 목사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카트의 테러단체 자금화 가능성도 검증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설마 현재 수쿠크에 면세 혜택을 주고 있는 영국, 싱가포르 등을 테러지원국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9ㆍ11테러'를 당한 미국도 수쿠크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마당이다.


찬성하는 목사님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반대하는 목사님들의 속내는 무얼까. 조 원로목사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조 원로목사는 "(수쿠크가 합법적이 되면) 그것을 통해서 지하드(聖戰)도 할 수 있고, 종교를 펼칠 수가 있다"고 했다. 이슬람교의 국내 확산을 막자는 게 솔직한 반대 이유라는 고백인 셈이다. 방법도 그렇다. 공개 토론회 등을 열어 얼마든지 적절성 여부를 따질 수 있는 데도 막무가내다. 조 원로목사는 "(윤 장관이) 이슬람 펀드가 왜 필요한가 얘기하기에 '나보고 이론적인 설명하지 말라. 빨간 것도 안 빨갛다고 믿으려고 왔다.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던가. 파문이 일자 조 원로목사는 어제 "이슬람자금의 유입이 국가와 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 대통령의 하야를 의도적으로 거론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쏟아놓은 물이다.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시대다. 설령 이슬람교가 확산된다고 한들 무슨 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인가. 나라가 망한다니. 함부로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정치권을 협박하는 등으로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만들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일부 목사님들이 외려 더 걱정스럽다. 위세에 눌려 입도 벙긋 못하는 정치권과 청와대는 보기 안쓰럽고.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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