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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 수평적 조직이 기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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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 수평적 조직이 기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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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연말연시 TV 오락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게임 중에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 있다. 일렬로 선 출연자들이 큰 음악 소리가 나는 헤드폰을 쓴 채로 앞사람이 말한 단어를 맞히는 게임이다. 입모양만 보고 낱말을 유추해 뒷사람에게 차례차례 전달해야 하는데 보기보다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 단계가 진행될수록 정답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볼 때마다 배꼽을 쥐게 하는 이 재밌는 게임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원칙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왜곡되기 쉽다는 것이다. '모든 명령의 전달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어나고, 메시지는 반으로 줄어든다'는 정보이론을 이 게임처럼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 같다.

경영현장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사장의 지시사항을 부사장이 전해 듣고 전무-상무-부장-차장-과장의 직급 단계를 차례차례 거쳐 실무 직원에게 전달한다면 최초의 메시지는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요 속의 외침' 게임처럼 마지막엔 전혀 엉뚱한 낱말이 튀어 나올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이런 비효율적 의사전달 체계를 갖춘 기업의 성패는 보나마나 뻔하다. 그러니 명령 계층 수를 최소화하는 것, 기업의 조직을 가능하면 '수평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수평적 조직은 무엇보다 의사소통 방식이 수평적이다. 이는 단순히 결재라인을 단순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명령체계가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의 자율과 창의를 토대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하는 것을 뜻한다. 일방적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상호배려와 협의의 정신을 존중하는 문화다. 이런 조직에선 사안의 위급성에 따라 책임부서의 실무 담당자가 곧 정책결정자요 집행자가 될 수 있다.

수평적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선 '다양성'의 공존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권위주의 시대에 나고 자란 우리 기성세대에게 다양성은 곧 혼란과 무질서로 비칠 수도 있으나 나와 다른 주장, 다른 생각, 다른 모습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수평적 의사소통, 수평적 조직의 첫걸음이다. 국적이나 성별, 나이, 서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 느낌을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는 조직이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수평적 조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건설 분야야말로 수평적 문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인적 구성부터가 다른 어떤 산업분야보다 복잡다양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건설 비중이 워낙 커지고 단순시공 뿐 아니라 대체에너지, 물관리사업, 원자력사업 등 사업영역이 워낙 빠른 속도로 확장되다 보니 성별과 나이, 전공,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어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 노력도 시급해졌다.


실제로 이미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의 해외현장은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가 공존하는 인종의 용광로나 다름없다. 현대건설만 해도 중동지역의 플랜트 현장은 1만여 명의 현장인원 중 단 5%만이 한국인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공사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서 외국인들에게 일방적인 통제와 지시, 강요와 명령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한 걸음도 공사를 진척시킬 수 없다. 직위의 높고 낮음이 일을 일방적으로 시키고,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는 관계라면 공사 중 돌발적으로 발생할 어떤 난관도 창의적으로 헤쳐 나갈 수 없다. 모든 구성원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평적 의사소통의 문화가 든든히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노력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과 도약에 든든한 디딤돌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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