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선입견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최근 친기업 노선으로 돌아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반기업적 인물'이라는 평가가 또 제기됐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의료용품에서부터 사무용품인 포스트잇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복합기업인 3M의 조지 버클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나는 말(言) 아닌 행동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야말로 부유층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 후드 같은 반기업적 인물"로 평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버클리 회장은 "미국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기업인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인들은 규제, 세제, 정부의 반기업적 성향 등에서 불편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들이 잊고 있는 것은 선택권이 기업인들에게 있다는 점"이라면서 "기업인들은 계약근로자가 아니어서 사업하기 좋고 기업에 우호적인 곳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클리 회장은 "기업에 대한 적대적 조치가 늘면 기업들은 미국을 떠날 것"이라면서 "기업인들은 제조 설비를 미국에서 캐나다나 멕시코로 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버클리 회장은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3M 직원 가운데 68%가 외국계 직원"이라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에 머물고자 하지만 비자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3M은 연구개발(R&D) 부서를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다.
버클리 회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거시 경제 지표들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주택ㆍ자동차ㆍ제조 시장의 미시 지표들을 보면 미 경제에 대해 낙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대패 이후 재계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달 발족한 '일자리ㆍ경쟁력 위원회' 위원들을 재계 인사로 채운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 가운데 하나다. 일자리ㆍ경쟁력 위원장에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 위원에는 케니스 채널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CEO, 엘런 쿨먼 뒤폰 CEO, 안토니오 페레즈 코닥 CEO, 게리 켈리 사우스웨스트항공 CEO가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스티브 잡스 애플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등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12명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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