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샬감 국제연합(UN)주재 리비아대사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아돌프 히틀러’와 같다고 말하면서 리비아를 구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호소했다.
샬감 대사는 25일(현지시간) UN에서 연설을 통해 카다피에게 리비아 국민들을 해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면서 “UN이 리비아를 구하기 위해 나서 달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가 리비아 국민들에게 복종이 아니면 죽음이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200만명의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경고에도 소련 침공을 강행했던 히틀러의 광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샬감 대사는 “반정부 시위대가 마약에 취해 있다는 카다피의 주장은 더욱 큰 국민들의 분노를 부를 뿐”이라면서 해외 주재 리비아 외교관들의 90%가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으며 자신도 국제사회의 대(對)리비아 제재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샬감 대사는 연설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던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를 끌어안았다. 다바시 부대사는 앞서 21일 반(反)카다피 노선을 천명하며 그의 퇴진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반면 리비아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카다피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샬감 대사는 카다피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을 자제하면서 정부 내에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해명하는 등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카다피를 히틀러에 비유한 샬감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친(親)카다피파로 불리는 그마저도 등을 돌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로즈메리 디카를로 UN주재 미국 부대사 등은 이어진 발언을 통해 샬감 대사의 연설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안보리에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의 검토를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카다피와 그 일가족, 정부 관료 11명 등 고위층의 해외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등을 포함한 결의안 초안을 내놓았다. 이 결의안에는 모든 형태의 무기 수출입 금지 조치와 이번 폭력사태 책임자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엔 안보리는 빠르면 현지시간으로 26일 오전 회의를 열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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