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유통대장주 롯데쇼핑 주가가 최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고 현 주가가 저점이라는 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주가 하락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은 24일 3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 주가가 4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말 이후 처음이다. 장중 38만9500원에 거래되며 최근 6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5일 오전 9시5분 현재도 전날보다 2000원(0.51%) 떨어진 39만3000원에 거래되며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롯데쇼핑 주가는 올들어 16% 이상 떨어졌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13%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연말 대비 코스피지수가 5% 가량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시장 평균보다 2배이상 더 하락한 셈이다.
주가 하락은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16거래일 연속 롯데쇼핑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롯데쇼핑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의 주가 하락 원인을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인상 기조, 정부의 물가안정책에 따른 유통업체 압박,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 중 대장주로서의 프리미엄,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 실적, 현재 진행형인 양호한 이익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주가 하락은 지나치다는 것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앞다퉈 롯데쇼핑에 대한 매수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2010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반납했는데, 현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PER 10.4배에 불과해 충분히 매력적인 매수 기회"라며 롯데쇼핑을 유통주 중 최고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LIG증권은 "홈쇼핑 포함 유통주 중 밸류에이션 매력이 가장 높아 놓치기 아까운 시기"라는 평가를 내놨고, 키움증권은 "현재 주가는 순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 저평가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뚝심있는 순매도 행진에서 엿볼 수 있듯 외국인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달 말 골드만삭스는 "롯데쇼핑의 할인점 영업이익률 확장이 둔화되고 해외 영업이익에서도 의미있는 개선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증권사들과 반대의견을 내놨다.
비슷한 시기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도 "지난해 실적이 예상에 부합하고 단기 매출 전망도 좋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이 분명치 않는 등 불안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시장의 인플레이션과 긴축재정 기조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 중국에서 182개점을 운영하며 가장 성공한 외국 유통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까르푸가 최근 중국 내 인플레이션과 중국정부의 가격통제로 4개 점포의 영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생겨 외국인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를 석권하고 있는 롯데쇼핑도 중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사업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5%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7% 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중국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늦어지거나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외국인의 보수적 시각도 부담인데, 최근의 중동發 소요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인상이 겹쳐져 롯데쇼핑의 반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유가인상이 물가상승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 정부의 물가관리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에 롯데쇼핑에게는 여러모로 부담이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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