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걷어낸 거품에서 파랑새를 발견했다. 훌훌 털어낸 연기력 논란. 발랄한 캐릭터로 자리 잡으며 히로인 자격을 입증하고 있다. 배우 이연희다.
그는 SBS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열아홉 나이에 결혼했다 이혼한 수의사 이다지 역을 소화 중이다.
방영 전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앞서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탓이다. 당시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연기는 자주 도마에 오르내렸다.
2년여 시간동안 이연희는 칼을 갈았다. 혹독한 연기 연습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노력은 단점으로 지적받던 사항을 수정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캐릭터 몰입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파라다이스 목장’의 흥행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극 중 6년 만에 재회한 전 남편 한동주(심창민 분)와의 다툼.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발산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15일 방송분에서 이다지는 “가슴이 작다”고 놀리는 한동주에 상처를 받는다. 그는 “내 가슴이 어때서”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내 지난날 추억을 떠올린다. 똑같은 놀림에 “내 가슴이 너보다도 작아?”라고 슬퍼하는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시간의 흐름에 캐릭터가 변해있음을 세세하게 표현한 것.
이연희는 순수하고 발랄했던 캐릭터의 변화를 다양한 표정 연기로 소화한다. 상황에 따라 말투나 상대 행동에 대한 반응 등에 미세한 차이를 보이며 캐릭터를 더욱 담백하게 만들고 있다.
예리함은 서윤호(주상욱 분)와의 만남에서도 자주 베어 나온다. 시종일관 경계를 하면서도 한 번 마음을 열면 거침없이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다가서는 태도는 조심스럽다. 이혼의 아픔 탓이다. 서윤호가 내심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마냥 발랄한 캐릭터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소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이연희는 능청스럽게 표현해낸다. 과도한 액션이나 말투는 없다. 그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특히 그는 씬과 씬 사이 감정 유지에 강하다. 앞선 장면에서의 감정을 고스란히 가져와 시청자의 극 몰두를 촉진시킨다. 이전에는 기대키 어려웠던 고난이도 연기를 2년 사이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향후 이연희의 연기 역량을 눈여겨볼만한 요소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분에서 이다지가 서윤호의 전 아내와 조우, 새로운 갈등에 놓인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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