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기성용(셀틱)의 '원숭이 세레모니'에 대해 영국 내에서까지 민감한 반응이 일고 있다.
기성용은 25일(한국시간) 일본과의 2011 아시안컵 4강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원숭이 표정을 흉내낸 세레모니를 펼쳤다. 후폭풍은 거셌다. 즉각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논란이 일어났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왜 그런 세레모니를 한 것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에 대해 기성용 본인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일본제국주의 상징 국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고 밝혀 역시 반일감정에 대한 세레모니였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기성용의 세레모니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당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였다는 것.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와 접촉해 "기성용이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에서 인종 차별을 당했다. 그래서 기성용이 이번 대회에 골을 넣으면 되갚겠다는 생각에 그 세레모니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첫 골이 일본전에 나온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이 해명을 수용하며 오해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논란의 여파는 이제 한일 양국을 넘어 기성용의 활약하는 영국 무대로까지 이어졌다.
영국 '가디언'과 '글래스고 이브닝 타임즈'를 비롯한 복수의 언론은 28일 '인종차별에 레드카드를(Show Racism The Red Card)'의 제드 그레비 대표이사가 기성용의 해명에 의문부호를 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성용의 세레모니에 대한 해명은 내게 진실하게 들리지 않는다"며 "내가 이해하는 것은 그가 일본인을 겨냥해 그러한 행동을 했으며, 그로 인해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기성용은 세인트존스턴 원정 경기에서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받았다. 그가 공을 잡자 상대팀 서포터들이 일제히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낸 것. 당시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팀 동료인 차두리가 온라인 상에서 분통을 터뜨리며 알게 됐다.
차두리는 그 일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기분 나쁜 일"이라며 "독일 생활 8년 동안 인종차별에 대해 신경 써본 적이 없다. 직접 체험해보니 정말 기분 나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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