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공공관리제 도입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재개발사업이 또다른 복병으로 비상이 걸렸다.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으려면 국공유지 무상양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서울시가 강제하고 나선 때문이다. 지자체가 도로나 공원 등 국공유지를 사업주체인 조합 등에 무상으로 양도하지 않으면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개발사업 전면 중단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시내의 180여개 준공 전 정비사업은 물론 다른 지자체 사업으로도 파장이 미칠 경우 재개발사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법률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을 인허가권을 근거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와 논란도 적잖을 전망이다.
2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시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17일 각 구청에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관련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처리방향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구청에 보냈다. 또 구청은 각 조합에 구두로 비밀리에 해당 사항을 전달했다.
이 공문은 정비사업 시행자가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이익을 얻었더라도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 부지를 무상 양도받도록 한 도정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서울시의 방침을 담았다.
판례는 '도정법 제65조 2항'에 기인한다. 법안은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기반시설은 새로 설치한 기반시설의 설치 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정해져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반시설 설치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와 '국공유지 무상 양도'는 이중혜택이라고 정의했다. 도정법이 미비해 지난 2007년말께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가인권위)가 이중혜택 방지를 위해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에 조합이 용적률 상향 조정을 받고도 무상 양여를 요구하는 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와의 신뢰를 반하는 행위로 해석했다. 이를 해결키 위해 인허가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점을 이용, 사업시행자가 기반시설 조성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도 국공유지 무상양도를 요구하는 경우 양도되는 부분을 감안, 용적률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기반시설 양도 관련 도정법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으며 법률자문을 거쳐 사업시행인가 후에도 용적률 조정 등 경미한 사안은 정비계획 수정이 가능하다는 결론도 받아냈다. 현재 각 구청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시뮬레이션 사례를 만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조합에는 입조심을 요구하며, 구두로 이같은 방침을 알렸다.이에 각 조합은 현재 패닉 상태다. 경기 침체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분양을 완료했는데 법에도 없는 시 정책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시에 지불하거나 분양계약을 취소해야 할 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시 정책의 발단은 정비사업의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법에도 없는 정책을 펼치며 조합이 자율적으로 법적 판단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소송마저도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가 올라서고 있는데 인허가, 설계 등을 변경을 위해 공사를 중단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을 더 받아, 최소 100억원 가량 되는 돈을 시에 지불하던가 용적률을 포기하고 분양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판국"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조합들의 이해도가 달라 혼선이 있을까 싶어 문서로 전달하는 것을 자제했다"며 "준공 전 정비사업장에서 용적률 혜택을 받았음에도 무상 양도를 원한다면 용적률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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