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투자자들은 기업 이익과 긴축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고 결국 S&P500은 제자리걸음했다. 전약후강의 의미는 있었다.
내부적으로 발표된 경제지표와 기업 이익은 양호했지만 중국이 던진 긴축의 화두가 문제였다. 중국은 지난해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록해 긴축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켰다. 긴축에 대한 우려가 어제, 오늘의 일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다소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춘제를 앞두고 있는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염려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조만간 추가로 강력한 긴축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투자심리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초 은행 대출도 급격히 늘었다는 점도 긴축에 대한 부담을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국 시중은 은행 신규 대출은 5000억위안에도 못 미쳤으나 새해 들어 15일만에 1조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폴 젬크시는 "중국의 성장률이 다소 완만해지고 인플레가 낮아지기 전까지는 시장이 중국 긴축에 대해 불안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첫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긴축이 계속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혹 약간의 변심(?)이라도 한다면 시장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일각의 양적완화 축소 내지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간 버냉키의 양적완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음주 FOMC는 시장의 관점에서 잘해야 본전인 회의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게다가 이달 초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 외의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트리셰 총재의 강도높은 발언은 유로화 급반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통화정책을 위한 잣대로 Fed는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 항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에 주목하는 반면 ECB는 에너지와 식료품 항목도 포함한, 소위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에 주목하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고 ECB와 판단의 근거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버냉키 의장이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태도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친다면 시장이 느끼는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가 지난해 연말부터 이렇다할 조정 없이 꾸준히 오르는 근본 배경에는 바로 양적완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확실히 추가로 위로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FOMC를 통해 버냉키의 입장을 재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스티펠 니콜라우스 캐피탈 마켓츠의 톰 쉬레이더 이사는 시장의 약세는 투자자들이 경기 회복이 강해질수록 금리 인상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재가 악재가 되는 시나리오"라며 "시장은 어쨋든 실질적으로 과매수돼있고 고점에서 8~10% 가량의 밀려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G 마켓츠의 댄 쿡 최고경영자(CEO)는 "약간의 이익 실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 뿐 곰이 아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회복은 계속되고 있고 Fed가 양적완화를 되돌릴 신호는 거의 없다"며 "아직 큰 조정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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