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차기 대권가도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0% 안팎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대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도다는 야당 후보를 더 지지하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20일 공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4%로 나타난 반면, '한나라당 아닌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6.8%였다. '잘 모르겠다'와 무응답은 27.8%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與 후보 32.4% 野 후보 49.8%) 30대(與 26.8% 野 43.9%) 40대(與 30.5% 野 40.9%)층은 야당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50대(與40.4% 野 33.8%)와 60대 이상(與 47.9% 野 15.1%)로 나타나 한나라당 후보 지지가 월등했다. 특이한 점은 20대의 경우 '잘 모르겠다·무응답' 비율이 17.7%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낮았고 60대 이상의 경우 '모르겠다·무응답' 비율이 36.9% 로 가장 높았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응답자들의 38.1%는 한나라당 후보에, 대학 이상 학력을 지닌 응답자들은 44.4%가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 세간의 박근혜 대세론에 의문부호를 찍은 것으로 ▲ 명확하지 않은 야당의 박근혜 대항마 ▲ 대선 과정의 후보단일화 등 야당의 연합전선 등의 변수를 고려하며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지지율로 선두를 질주해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2위 그룹에 속한 여야 잠룡들과의 지지율 격차는 25% 안팎에 이를 정도였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아산정책연구원이 여권의 잠룡 중 하나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볼 때 지지율이 저조한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FIFA 부회장 선거 낙선 이후 "국가발전에 더없이 중요한 게 정치"라며 정치에 헌신할 뜻을 내치비며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
신지현 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특정 정치인들을 거론하지 않은 채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한나라당이 아닌 야당 후보'에 대한 대결을 통해 차기 대선을 살펴보는 전체 시각을 살펴봤다"며 "실제 대통령 선거가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가상대결을 통해 대선을 점쳐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평가 44.4%, 부정평가 46.7%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긍정 32.3% 부정 63.2%) 30대(긍정 27.6%, 부정63.8%)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고 60대 이상(긍정 62.5% 부정 21.7%)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1~1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도에 ±3.1%포인트였고 응답율은 22.0%였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특히 조사방법과 관련, "KT 전화번호부를 바탕으로 표본을 모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RDD( Random Digit Dialing) 방식을 도입,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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