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이 16일 20회를 마지막으로 자체최고시청률(35.2%)을 찍으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주원(현빈 분)이와 라임(하지원 분)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 세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사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주원이와 라임이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지난 두달간 걸어온 '시크릿가든'의 행보와 인기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첫회부터 대박 드라마의 기운을 풍기며 기분좋게 출발한 '시크릿가든'은 현빈과 하지원의 환상적인 연기 궁합과 김은숙 작가의 깨알같은 대사, 반짝반짝 빛나는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으로 매 회 시청자들을 들었다 놓았다.
배우들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곧바로 유행어가 됐고 그들이 먹고 마시고 입은 모든 것은 가장 핫한 아이템이 됐다. 드라마 인기의 척도인 OST 역시 가요 시장을 뒤흔들었다. 급기야 20%에서 맴돌던 시청률은 지난 9일 18회분서 처음으로 3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로 올라섰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렇게 드라마 자체 뿐만 아니라 한 드라마에서 파생된 모든 것이 대박을 터뜨린 것은 유례가 없었다"며 '시크릿가든'의 흥행에 찬사를 보냈다.
◇어떻게 시청자들을 이렇게 들뜨게 해? 이 어메이징한 드라마야
방송 전, 남녀의 몸이 바뀌는 영혼 체인지 설정은 사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에서 선보였던 소재인 데다 '리얼'이 판치는 요즘 '판타지'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 '온에어' 등에서 환상 호흡을 맞춰온 신우철PD와 김은숙 작가는 같은 재료라도 얼마나 다른 솜씨로 부려내느냐에 따라 요리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는 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길이었지만 이들은 꾀를 내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막장코드나 말초신경에 기대지 않고 '스토리-연출력-연기'의 단 세가지 기본 재료만으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현빈과 하지원의 연기는 20부를 힘있게 끌고 간 가장 큰 동력이었다. 김은숙 작가가 "작정하고 현빈을 멋있게 보이려고 썼다"고 한대로 현빈은 그대로 '100% 김주원'이었다. '내이름은 김삼순' 때와는 또다른 아우라를 입은 현빈은 한 컷, 한 컷 탄탄한 연기와 눈빛으로 여성팬들에게 '사회지도층의 선행'을 베풀었다. 하지원은 또한번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매 장면 감탄을 자아냈다. 스턴트우먼의 액션은 물론 로맨틱, 눈물 연기 등에서 치열한 연기력을 펼치며 톱클래스 여배우의 위엄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우리 조연들? 댁들이 그렇게 함부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시크릿가든'에서 조연들은 주연을 살리는 캐릭터로 만족하지 않았다. 스스로 빛을 내는 내공 충만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추상같은 날카로움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주원(현빈 분)의 어머니 문분홍 여사(박준금 분), 김비서(김성오 분), 박상무(이병준 분), 길라임(하지원 분)의 친구 아영(유인나 분), 오스카를 애태웠던 썬(이종석 분) 등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김비서와 아영은 주원-라임 커플을 도우며 그들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키워갔다. 특히 15일 19회분에서는 주원-라임 커플이 선보였던 거품키스까지 카피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성오는 영화 '아저씨' 등 전작들에서 보였던 악역 캐릭터에서 완벽한 코믹배우로 변신에 성공했고 유인나는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박준금은 재벌가 딸로서 기품과 허세를 동시에 보여주는 문분홍을 연기하면서 오랜 기간 공백을 한번에 날려버렸고 이병준은 김주원을 무너뜨리고 싶지만 뜻대로 안돼 늘 괴로워하는 코믹한 박상무 역으로 단숨에 최강 조연으로 우뚝 섰다. 천재 뮤지션 썬 역의 이종석은 첫 출연작에서 매력적인 신인배우의 가능성을 보이며 방송,CF계의 핫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아주 한 마디 한마디가 심금을 웃기고 있네
'시크릿가든'은 화려한 대사들이 향연으로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웃기고 울렸다. 김주원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는 이미 최고의 유행어가 됐고 "길라임씨는 몇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작년부터?" "이태리에서 40년 동안 트레이닝복만 만든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거야" "나한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사회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거야. 일종의 선행이지. 나 가정교육 이렇게 받았어" "이봐 이봐. 이러니 내가 안반해?" "어떻게 내 손에 꽃을 들려?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등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훔치며 드라마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길라임의 "아주 한마디 한마디가 심금을 웃기고 있네"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산 남자, 저랑 놀 주제 못됩니다" "5번 척추, 6번 만들어줄까? "(내 꿈 속에)그래도 와라. 내일도 모레도..", 오스카(윤상현 분)의 "오빠 되게 쉬운 남자다", 윤슬(김사랑 분)의 "위기의 순간일수록 여자가 지켜야할 것은 딱 하나야. 미모" 등 역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대사들이다.
'시크릿가든'은 20회로 종영했지만 지난 2개월 간 드라마와 뜨겁고 가슴시린 사랑을 나눈 시청자들은 당분간 '주원앓이' '시가앓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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