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제약사가 갑작스레 필수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환자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산부인과나 외과 시술에 사용하는 전신마취제 '게로란'의 공급을 최근 중단했다. 게로란은 산부인과 의원의 90%가 사용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산부인과의사회, 대한의사협회 등이 정부와 제약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의료계가 시끌벅적 하다.
한 산부인과의원 원장은 "동일한 약효를 가진 다른 제품이 몇 가지 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병원들 대부분 게로란을 쓴다"며 "갑자기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아 진료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게로란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환자들은 비슷한 약을 최고 150% 비싸게 주고 사용해야 한다.
공급중단 이유는 원가상승 때문이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현재 보험약가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공급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중외제약이 의약품 공급과 관련해 혼선을 야기한 것은 최근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신부전 환자에게 필수적인 '헤파린' 공급이 중단될 것이란 위기감이 조성되며 논란이 불거져, 약값이 68% 인상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도 '링거(수액제)'의 원가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해 가격을 최고 70% 올렸다. 2009년 말에는 공장이전과 수익성 저조를 이유로 9개 의약품의 생산중단을 정부에 통보, 관계자들을 당혹케 한 바 있다.
의약품 가격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약가조정 절차를 밟아서는 정부로부터 가격인상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흔히 환자단체 등을 움직여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차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며 "합리적 논의를 방해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