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새해 전 날(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강도들이 땅굴을 뚫어 은행털이에 나선 것.
4일 ABC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의 방코 프로빈시아 지점 밑까지 길이 30m의 굴을 뚫고 침입했다.
이들은 지점의 전체 개인금고 1408개 가운데 130~140개와 액수 미상의 현금, 귀중품, 개인정보를 훔쳐 달아났다고.
경찰은 범인이 세 명으로 추정된다고만 밝혔을 뿐 아직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범인들은 연말연시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은행털이에 나섰다. 도난 사실은 새해 근무 첫날인 3일 출근한 은행 직원들에 의해 확인됐다.
범인들의 대담한 강도 행각은 2008년 개봉 영화 ‘뱅크 잡’을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강도들은 땅굴을 뚫어 영국 런던의 한 은행으로 침입한 뒤 은행 금고와 개인금고를 털어 달아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은행 강도들은 지난해 6월 방코 프로빈시아 지점 옆 건물을 임차했다. 이후 6개월 동안 개인금고들이 보관돼 있는 지점 밑까지 땅굴을 판 것.
땅굴에는 전등, 강제 환기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었다.
마르틴 니클리손 검사는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은행 내부에 공모자가 있을지 모른다”고만 밝혔다.
사실 그 동안 지진 경보기가 몇 차례 울렸으나 경찰이 이를 이유로 은행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고.
3일 사건 소식을 접한 고객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바람에 지점 건물 앞은 순식간에 마비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01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시민들이 현금을 은행 계좌가 아닌 개인금고에 넣어 맡겨놓는 게 보통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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