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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사슴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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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경제정책, 큰 틀에서 길게보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윤증현 "사슴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해" 윤증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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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는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슴을 쫒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라는 뜻입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신년사를 통해 "경제 정책을 세울 때 큰 틀에서 길게 보고 다가오는 미래를 미리 준비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현안에 매몰돼 다가오는 위험 요인을 간과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윤 장관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근본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경제 회복의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경제 체질을 강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면서 "올해는 공정사회가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아울러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자"면서 "주요국과의 대외 협력"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다음은 윤 장관의 신년사 전문.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위기를 딛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냈던
경인년(庚寅年)이 저물고
신묘년(辛卯年)이 밝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했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박태환 선수는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의
부진에 좌절하지 않고 훈련에 땀을 쏟은 결과,
수영 3관왕으로 당당히 재기하였습니다.
그가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르고 시상대에 섰을 때의
자랑스런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 경제의 모습도 이와 같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시련을 맞아
한때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국민, 기업, 정부 모두의 합심된 노력을 통해
지난해 성장률이 6%를 넘고
취업자가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경제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G-20 서울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외위상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은 것도 작년에 우리가 거둔 큰 성과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지은 우리나라를
“교과서적인 위기극복 사례(textbook recovery)"로 평가했으며


타임지도 “한국이 혁신을 통해 아시아의 기적
(Asian Miracle)을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우리의 위기극복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딛고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이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동안 위기극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여러분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경제가 선진일류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지를
결정하는 기로(岐路)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는 불안요인들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보존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근본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경제회복의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경제체질을 강화해 나가야겠습니다.


금년도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지난해에 보다 낮고
유럽의 재정불안, 국제원자재 가격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도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은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속에서 경기회복의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시정책을 경기, 물가의 흐름을 감안하여
유연하게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위기극복과정에서 약화된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여 대외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가계부채에 대한 총량관리를 강화하고
한계기업, 부동산 PF대출, 저축은행 등
금융시장의 잠재불안요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할 것입니다.


수출과 내수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우리경제의 이중구조를 해소해 나가는데
노력해야겠습니다.


경제의 이중구조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부문별 성장격차로 소득분배를 악화시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내수산업, 중소기업, 서비스업, 비정규직 등
취약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경제가 균형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둘째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우선 서민생활의 근간이 되는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금년도 물가는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국제원자재 가격상승, 임금상승 등의
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입니다.


농산물 수급안정이나 유통구조 개선, 정보공개 등과 같은
구조적 노력과 함께,
물가 불안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일자리가 상당히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위기 위기이전의 추세에 비해 아직은 많이 미흡합니다.


경제회복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취업인프라 확충과 유연한 고용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야겠습니다.


이와 함께 금년에는 공정사회가
뿌리내리는 한해가 되어야합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고
뒤쳐진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불공정한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해야겠습니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취약부문의 경쟁력 제고,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복지정책은 원칙과 규율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주장들은 결국 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나라곳간을
공유지처럼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나라곳간을 주인이 없는 공유지 취급해
서로 소를 끌고 나와 계획없이 풀을 뜯긴다면
초지가 황폐화되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셋째로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의 초입에 서있습니다.


이제는 생산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
선진국을 따라가는 방식(Catch-up)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공급을 점차 위축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교수는 혁신(innovation)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 즉, 상상력이 곧 생산력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산업의 진입과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혁하고
녹색성장과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겠습니다.


특히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가 미흡한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수출중심의 제조업이라는 하나의 다리로는우리경제가 빠르게 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해집단의 갈등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연되고 있는 개혁과제들을 서둘러 추진해야 합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설득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더욱 분발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주요국과의 대외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EU에 이어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여
우리는 세계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금년에도 캐나다, 호주 등 진행중인 FTA협상을
적극 추진하여 우리의 경제적 영토를
확장시켜 나가야겠습니다.


G-20 정상회의 개최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겠습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위기를 넘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변화 해야겠습니다.


먼저 경제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큰 틀에서 길게 보고 다가오는 미래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는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슴을 쫒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라는 뜻입니다.


현안업무에 매달려 다가오는 위험요인을 간과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외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현장에 자주 나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세우는데
힘써주기 바랍니다.


또한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높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에도 G20정상회의를 치르면서
전문성에 대한 공복감과 허기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주요 선진국과의 정책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과 분석능력을 높이는데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노력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나타났듯이
세계는 우리의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노력을
지속해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올해는 우리경제가 꾸준히 발전하고
소득 3만불, 4만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왔습니다.
어떠한 위기가 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위기극복의 성과와 온기를 골고루 나누고
명실상부한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역사적인 성공의 절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고, 역사속 실패의 절반은 찬란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위기극복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나가고 있지만,
거기에 안주해서 경계의 끈을 늦춘다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남을 앞지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의 각오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추고 최선을 다한다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로
우리경제가 한단계 도약하는 해를 만들어 갑시다


신묘년(辛卯年) 새해
기획재정부 직원과 가족 여러분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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