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역임한 인사가 지자체 서기관급에 지원했다 탈락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장관급인 국회의원을 역임한 A씨가 수도권 지자체의 서기관급 '말단' 공무원 자리에 도전했다가 떨어지는 '망신'을 당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서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386출신 A씨는 지난해 말 수도권 한 광역단체가 실시한 계약직 가급(4급) '시정홍보 기획분야' 공무원 공개 채용에 응모했다.
A씨의 응모 사실은 여러 모로 화제가 됐다. 장관급 국회의원을 역임한 사람이 실무책임자급 '말단' 공무원 자리에 앉는다는 것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니어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해당 지역이 아닌 서울에 근무하면서 중앙 언론ㆍ정계를 대상으로 시정홍보ㆍ기획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해당 광역단체장의 대권 행보를 돕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광역단체장이 지역 행정 잘하라고 뽑아 놨더니 대선 행보에만 신경 쓴다"는 반발이 일었다.
또 말로만 '공개 채용'이지 실제론 내정해 놓고선 다른 응시자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낙하산식 인사'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처럼 말 많던 채용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A씨는 그러나 지난달 29일 실시된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A씨를 면접한 면접 위원 중 1명이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를 줘 총점은 합격선을 넘겼지만 불합격됐다. 과락 점수를 준 면접위원은 A씨의 채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실상 해당 광역단체장의 내정을 받은 후 공개 채용에 지원한 상태였는데, 한 용감한 면접위원의 '반란'으로 탈락하는 공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 반란에 대해 한쪽에선 "속 시원하다"며 해당 광역단체장의 무리한 인사에 대해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됐으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골라 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아무튼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회의원직까지 역임했던 A씨로서는 개인적으로 씻을 수 없는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한편 해당 광역단체장은 A씨의 불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부서 실무책임자를 불러 심하게 질책했으며, 재공모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재지원 및 합격 여부가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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