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내년 1월 유로존 국가들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불량국 문제가 여전한 만큼 국채 발행을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내달 유로존의 국채 발행 규모는 80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역시 아일랜드 구제금융 비용 조달 등으로 인해 130억유로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추산한 내년의 총 국채발행 규모 8140억유로의 약 10% 수준으로, 국채 발행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던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미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유로존 국채 시장은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국채 발행금리도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돈 스미스 아이캡 이코노미스트는 "1월은 흥미로운 달이 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의 국채 발행 수요에 주목하면서 유로존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내년 중반까지 총 200억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포르투갈이 EFSF에 자금을 요청하게 될 경우 현재 7%를 웃도는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추가적인 상승 압박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페인이다. 유럽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은 그 규모가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보다 훨씬 큰 만큼 구제금융 위기에 몰릴 경우 현재의 몇 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7500억유로라는 EFSF 기금이 부족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은 내년 발행 예정인 국채 규모를 800억유로로 하향했지만 이는 여전히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발행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리라는 전망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역시 차기 위험국으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내년에 2150억유로의 국채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2~3월까지 500억유로를 차환발행하거나 상환해야 한다.
유로존 국채 발행은 내달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 유로존 은행권 관계자는 "첫 주에 유로존 국채 시장의 향방이 달렸다"면서 "국채 발행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우려가 다소 완화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 11월 유로존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0.2% 늘어난 110억유로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의 감소세에서 회복된 것으로 신용경색이 다소나마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금융권 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여전히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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