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유로화는 결국 사라질 것인가. 유로존 위기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유로화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 번 불붙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유럽대륙에서 통합적으로 사용되는 화폐인 유로화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그 편의성으로 인해 유로존 거주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일부 이코노미스트들 우려를 표했다. 서로 다른 정책 하에 있는 다른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단일 화폐는 결국 단기간은 아니더라도 일정 시일이 지난 후에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들어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올 한해 유럽은 대부분의 시간을 재정적자 문제와 씨름하며 보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로 옮겨간 구제금융의 불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다.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어김없이 유로화 붕괴론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윌험 놀링 함부르크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처음부터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국가들을 하나로 통합한 화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는 도입 당시에도 유럽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분분했었다. 지난 1990년 11월 처음 유로화 도입 의견이 나왔던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노먼 라몬트는 "유럽은 단일 통화가 도입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대 이유는 잘 사는 서유럽과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유럽간의 경제격차였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존재하는 한 단일 화폐 도입은 암흑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라몬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과거 유로화 출범 전 라틴통화동맹(LMU) 등이 실패한 사례를 들며 "나는 항상 유로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이 독일과 동등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 상당히 제한받게 된다는 점"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을 재차 밝혔다.
물론 유로화 존속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예지 부제크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유로존에서 매우 끔찍하고 커다란 위기가 발생했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라면서 "과거에도 그래왔듯 유럽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그리스 문제 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오히려 단일화폐 사용으로 통화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본 통제 및 점차 강성해지는 이머징마켓에의 대응에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 레인 트리니티대학교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인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의 공통된 경제적 정책과 관점을 갖게 된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장점"이라면서 유로화 옹호 입장을 밝혔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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